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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긴 돈 내놓아라"(?)…리디노미네이션 토론회 흥행한 숨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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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원 기자
  • 2019.05.16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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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리디노미네이션 공론화]ⓛ재산 노출 등 '심리적 저항'도 거세…비율·시기 논의보다 공감대 형성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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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지폐/사진=머니투데이DB
#지난 13일 오전 9시30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국회 토론회치곤 이른 시간 진행된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에 인파가 몰렸다. 의원회관 회의실 가운데서도 규모가 있는 공간인데도 회의실이 꽉 찼다.


#정책 토론회임에도 불구하고 여야 의원들이 공동 개최한 이례적 행사였다. 이원욱·최운열·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명재·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동 개최했다. 여야에서 자랑하는 경제금융통들이다. 김하중 국회입법조사처 처장도 참석했다.

#별도 출입증을 발급받아 참석한 일반인들의 참석도 눈에 띄었다. 두시간 가량 이어진 토론회 내내 자리를 뜨지 않았다. 토론에 나서는 패널들도 5명으로 여타 토론회에 비해선 많았다. 모두 토론 내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설마 되겠냐'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3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국회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공론화를 해보는 것은 어떠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동의한 게 발단이 됐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부인해도 한번 쏠린 관심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용어는 어렵지만 작업 자체는 간단하다. 화폐 가치는 그대로 두고 액면가를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들어 원화의 액면단위를 1000대 1로 낮춘다고 하면 1만원이 10원으로 1000원을 1원으로 바뀌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화폐 명칭을 바꿀수도 있고 구매력이 다른 새로운 화폐단위를 만들수도 있다.

지금은 '한 발' 뺐지만 한국은행도 장기적 관점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에 동의한다. 경제·금융 거래규모 확대에 따른 불편 해소 등이 이유다. 계산·거래의 편의성도 높일 수 있다. 대(對美)달러, 대유로 환율 수치가 높을 경우 경제후진국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많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신흥국이 아닌데 1달러당 환율이 네 자릿수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숨긴 돈 내놓아라"(?)…리디노미네이션 토론회 흥행한 숨은 이유

하지만 리디노미네이션에 쏠리는 관심을 뜯어보면 기대보다 우려가 출발점이다. 물가 불안정 등 경제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경제 주체들의 막연한 불안감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가장 널리 알려진 예상 부작용이 물가상승이다. 화폐 단위를 1000대 1로 바꾸면 현재 4500원짜리 4.5원이 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반올림 등이 이뤄져 5원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현재 화폐 가치로 계산할 때 500원이 오르는 셈이다.

한국은행도 국회로 보낸 의견자료에서 "판매상들이 가격의 끝수를 절상하거나 화폐단위 변경에 부수되는 비용을 가격에 전가할 경우 물가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봤다.
"숨긴 돈 내놓아라"(?)…리디노미네이션 토론회 흥행한 숨은 이유

막대한 사회적 비용도 있다. 직접 비용으로만 △구화폐 폐기 및 새 화폐 제조비용 △각종 지급결제시스템 및 회계시스템 수정 비용 △ATM/CD기, 자동판매기 등 현금취급기기 변경 비용 등이 들어간다. 새로운 화폐단위에 맞춘 식당 메뉴판 변경 등에 드는 비용 등 간접비용도 상당하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액면단위 변경에 따른 결제시스템 재구축 비용이 최대 10조원이라고 봤다. 물가변동 등 일시적 혼란 비용은 GDP(국내총생산)의 2% 규모가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실무자들은 가장 큰 문제는 '추산 가능한 비용'이 아니라고 말한다. 리디노미네이션 도입을 우려하는 막연한 심리적 저항들이 리디노미네이션 논의를 하면 할수록 반발을 더 키운다는 설명이다.

먼저 화폐 가치가 줄어드는 듯 한 '착시효과'가 한몫한다. 1000원이 1원으로 줄어들면 50억원대 자산가는 500만원대 자산가가 되는 셈이다. 현재 화폐체계에 익숙한 상황에서 심리적 부담이 크다.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리디노미네이션의 효과도 저항을 키운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의 지하경제는 GDP 규모의 20~25%로 400조~500조 원이 묻혀 있는 것"이라고 지하경제 양성화 효과를 강조했다.

백번 옳은 말이지만 받아들이는 쪽은 부담을 넘어 충격이자 공포다. 리디노미네이션이 편의성과 대외 위상을 얘기하지만, 결국 "숨긴 돈 내놓아라"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숨긴 돈 내놓아라"(?)…리디노미네이션 토론회 흥행한 숨은 이유

이는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 반응이다. 박정희 정권은 1962년 지하자금 양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환'을 '원'으로 바꾸고 화폐 액면단위를 10대 1로 조정하는 화폐개혁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정권은 화폐개혁 과정에서 부정축재 등을 통해 축적된 자금을 산업자금화 한다는 명목으로 '긴급금융조치법'까지 시행해 당시 예금을 일정 비율로 봉쇄계정에 편입시켜 인출을 동결했다.

이같은 조치들이 '트라우마'로 남은 상황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바라보는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은 커진다는 설명이다.

최근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거래가 급증한 것도 이같은 불안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15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달 들어 KRX 금시장의 일평균 거래량(14일 기준)이 42.9kg으로 지난달의 22.0kg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결국 정치권이든 정부든 리디노미네이션 도입을 위해선 국민들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교환비율, 시기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 보다는 우려하는 지점들을 차근차근 짚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심기준 민주당 의원은 "아이가 성장하면 더 큰 옷으로 갈아입듯, 경제 규모 변화에 화폐제도가 괴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면서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까지 충분한 논의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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