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日20~30대 아베 지지 이유…3.6%에 반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한 일본 젊은 층의 지지가 굳건하다. 한국과의 세계무역기구(WTO) 소송에서 패소하고, 학원 비리, 통계 조작 등 온갖 악재에도 청년층에서 아베 총리의 인기는 2년 넘게 식지 않고 있다. 유년시절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를 지켜본 일본의 청년층이 고용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아베 정권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지난 10~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는 '차기 총리감' 1위로 꼽혔다. 그를 가장 많이 지지한 연령대는 18~29세의 젊은 층이다. 무려 44%가 아베 총리를 선택했다.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7년 열린 중의원 총선에서는 19~29세 연령대의 49%가 아베 총리가 속한 자민당을 뽑으며 그 어떤 연령대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지난해 6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20대 이하 청년층의 69%가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아베 총리의 4선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당초 자민당은 총리직을 수행하는 자민당 총재의 임기를 최대 2연임·6년으로 규정했었다. 아베 총리는 이를 3연임·9년으로 고쳐 지난해 임기 연장에 성공했다.

아베 총리가 4선을 하려면 당규를 다시 고쳐야하는데 전반적인 여론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지난 3월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의 4선에 찬성하는 이는 27%에 불과했다. 그러나 20대 이하 청년층은 찬성 40%, 반대 38%로 찬성여론이 앞섰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아베의 4선을 지지하는 청년층이 더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7년 도쿄에서 열린 직업박람회에 참여한 일본의 대학 졸업예정자들. /사진=로이터.

일본 젊은 층에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고용 환경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일본의 실업률은 2.5%, 청년실업률은 3.6%였다. 대졸자의 취업률은 무려 98%에 달한다. 유효구인배율은 1.63을 기록했다. 취업자 한 명당 일자리가 1.63개 있다는 의미로, 오히려 인력난에 시달린 기업들이 사업을 축소하고 일본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 수를 확대하는 상황이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아베 정권은 자신의 업적을 긴 글로 설명하지 않고, 숫자와 인포그래픽(정보 시각물)을 통해 말한다"면서 "일본의 젊은 층은 이상적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이라고 평가 받는데, 이들이 아베 정권의 메시지에 강력하게 호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블경제 붕괴 및 일자리 부족을 지켜보며 성장한 이들은 현실적인 성과를 우선하는데, 고용 면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낸 아베 정권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아베 내각은 지난 몇 년간 학원 비리, 통계 조작 등 온갖 스캔들에 연루됐지만 젊은 층의 지지율은 큰 흔들림이 없었다.

아베 내각도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우울해진 일본 사회에 자신들이 희망을 불어넣었기 때문에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을 앞두고 "인구노령화와 감소로 인해 일본이 다시는 성장하지 못하리라는 인식이 일본에 팽배했다"면서 "나는 인구가 감소함에도 경제가 성장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운데)를 비롯한 일본 자민당 소속 7명을 만화 속 일본 무사(사무라이)처럼 그린 일러스트. /사진=자민당 홈페이지.

이에 그동안 장년층 기반으로 정권을 유지해 온 자민당도 지지기반을 청년층과 10대로 전환하고 있다. 저소득층 가족을 위한 대학교 학비지원, 유아교육 무상화 등 청년층을 겨냥한 정책을 내세우며 트위터 등 SNS를 통한 홍보 활동에도 열심이다. 이달 초에는 10대 아티스트 및 댄서가 아베 총리와 함께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아베 총리를 포함해 자민당 소속 정치인 7명을 만화 속 일본 무사(사무라이)처럼 그린 일러스트를 내걸기도 했다.

홍보의 디지털화를 꾀한 히라이 타쿠야 자민당 홍보 본부장은 지난해 "장년층에 매달렸던 자민당은 더 많은 지지를 얻기 위해 (청년층 및 10대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 유권자들의 요구에만 응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