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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나오는건 용 아닌 욕?' 흙수저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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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철환 단국대 겸임교수
  • 2019.05.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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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철환 단국대 겸임교수(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우리는 주변에서 “돈 없고 백 없으면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기가 몹시 힘들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돈이 있거나 뒤를 돌봐주는 권력이 있어야 출세를 할 수 있고 또 어디를 가더라도 행세를 할 수 있다는 것일 게다. 참으로 안타깝고 개탄스러운 일이지만 이 말이 갈수록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부모가 가난하고 힘이 없으면, 자식들도 그런 상황을 대물림하게 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반대로 한 번 힘을 쥐게 된 부모들은 이를 자식들에게 물려주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 때문에 요즈음 젊은 세대들은 이런 세태를 신조어 ‘금수저’와 ‘흙수저’로 빗대어 자조적이고 냉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무엇을 알고 있느냐?(what do you know)’보다는 ‘누구를 알고 있느냐?(who do you know)’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이 ‘수저론’은 얼마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 사회이론이다. 이는 부잣집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가리키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라는 영어 표현에서 비롯된 것으로,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보다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분이나 재산 여부에 따라 인간의 계급이 나뉜다는 것을 나타낸다. 금수저는 좋은 가정환경과 조건을 가지고 태어난 계층의 사람을 뜻한다. 흙수저란 권력이나 재력과는 거리가 먼 부모에게서 태어나 내세울 배경이 전혀 없는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금수저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우리 사회에는 한번 흙수저로 태어나면 은수저나 금수저로 신분이 상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좌절감과 패배의식이 팽배해 있다. ‘금수저’는 영원한 ‘금수저’이고, ‘흙수저’는 영원한 ‘흙수저’로 살아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계층 이동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의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나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천민자본주의 속성에서 비롯된 참담한 현상이다. 더욱이나 지식과 정보가 곧 돈인 정보화 시대인 지금은 그로 인해 빈부의 간격은 한층 더 벌어지고 있다.

자본주의에서는 자본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자본은 자본 자체를 더 크게 확대 재생산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일정한 자본이 있으면 이것을 담보나 기반으로 하여 더 큰 자본으로 키울 수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본이 있으면 다른 생산요소인 노동과 기술을 보다 쉽게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보다 우수한 수준의 노동력과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자본력의 확보가 대부분 부의 대물림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최대 진입장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자본력이 취약한 사람들은 신용의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조차 하기 힘들게 되어가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사회가 자본주의사회이고 신용사회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보격차는 이러한 자본격차를 한층 더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현상이 심화되어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20대 80의 사회’로 묘사했으나 이제는 ‘1대 99의 사회’가 되어 있다.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현상 또한 30대 재벌에서 4대 재벌로 심화되고 있다.

이에 많은 젊은이들은 이제는 자신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미래가 보이지 않고 희망이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탄식하고 있다. 그리고 가진 계층과 못 가진 계층 간 부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혼자 힘으로는 이를 극복해 나가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절망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일생 동안 노력을 한다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정부의 설문조사에 대해 60%이상이 비관적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제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기가 어려운 세태가 되어버렸다. 이는 집안 배경이 자식의 장래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면 좋은 교육을 받을 수가 있어,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경우 설사 좋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바탕으로 그럭저럭 사업을 꾸려나갈 여지가 있다. 한마디로 본인의 실력이 좀 모자라도 부모님의 배경만 탄탄하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권력이나 돈과는 거리가 먼 부모님을 둔 자녀들은 좋은 교육을 받기 어렵고 따라서 좋은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그들은 치열한 경쟁과 배려가 부족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로 되어 버렸다. 누군가 “인생은 ‘운칠복삼(運七福三)’이며, 지금의 세태는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가 아닌 ‘개천에서 욕 나오는 사회’이다”라는 자조적인 우스갯소리를 들려주었다.

자칭 ‘흙수저’들은 이런 사회에 배신감과 염증을 느끼고 여기서 탈출하고 싶어 한다. 기회만 있으면 모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결혼할 능력이 안 되거나, 결혼을 했어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아이를 낳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는 '인구절벽'을 초래하는 주요한 원인의 하나로도 작용하고 있다.


이철환 단국대 겸임교수
이철환 단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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