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폭탄 결정 연기에…車업계 일단 휴~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미국이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 결정을 6개월 연기해 자동차 업계가 한숨을 돌렸다. 특히 올 들어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는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 연기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EU(유럽연합)와의 무역협상에서 자동차 관세 문제를 지렛대로 활용하기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수입차에 기존 2.5% 관세를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율 관세가 확정되면 세계 자동차 업계는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국 역시 지난해 미국에 136억달러(약 16조1010억원) 어치의 자동차 및 부품을 수출했다. 자동차가 지난해 대미 수출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은 미국이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자동차 수출 대수 감소율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22.7%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폭탄 관세'에 따른 국가별 소비자가격 상승률도 한국산 차량(23.9%)이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현대차는 32만여대, 기아차는 26만여대를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했다. KB증권은 미국이 한국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대미 자동차 수출 대수가 12만1000만대 (각각 8만3360대와 3만8002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다행히 미국이 결정을 미뤄 업계는 추후 관세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설득 작업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일단 충격을 완화할 시간을 번데다 한국이 최종적으로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뉴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미국 시장에서 ‘V(브이)자 회복’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은 판매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10만8410대를 판매했다. 지난달 미국 전체 자동차 소비가 2.3%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선전했다. 두 브랜드의 지난달 미국 시장 합산 점유율은 8.2%로, 2017년 4월(8.2%)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관세부과 결정이 6개월 가량 연장됐을 뿐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측면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한국이 면제를 받고, EU·일본에만 고율 관세가 확정되더라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무역 환경이 악화되면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