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에…'투잡 뛰어라…부업장려' 등 떠미는 日

/사진=로이터.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본이 생산력 제고를 위해 직장인들에게 부업을 장려하고 있다. 정부가 부업 정책을 적극 밀어 붙이면서 종신고용제와 '1인1직장' 원칙을 고수하던 일본 노동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된 대기업 120여 곳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이 중 절반이 부업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기업까지 합치면 총 94개사로, 전체의 78%다. 기업들은 '직원의 성장과 동기 향상,' '직원의 경력 형성에 이바지' 등을 이유로 부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이처럼 부업을 인정하는 풍토가 자리 잡은 건 2017년부터다. 당시 소프트뱅크가 11월 부업을 허용했고 다른 기업들도 이후 동참하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가 지난 3월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부업을 인정하고 있는 기업은 31.5%였지만, 1년 사이에 그 비율이 크게 올랐다.

일본 정부도 지난해 1월 '부업 · 겸업의 촉진에 관한 지침'을 발표하는 등 부업을 적극 장려하고 나섰다. 기업 참고용으로 만든 '모델 취업 규칙'에서도 "허가 없이 다른 회사 등의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을 삭제하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해 도쿄권의 직장인들이 지방 기업에서 겸업·부업을 나서도록 장려하는 제도를 발표했다. 지방기업과 도쿄권의 직장인이 고용 계약을 맺으면 정부가 이를 맺어준 인재소개업체에 1건 당 100만엔(1080만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 부업을 권장하는 기업에도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일본은 이 제도를 내년까지 설립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부업 활성화를 통해 노동시장 유연화, 인재 육성 및 신사업 개발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프로그래밍 등 IT 인재는 수요가 부족한 상황인데, 부업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생산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신문은 "노동 인구가 감소하면서 기존 산업구조를 유지하면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면서 "생산성이 낮다는 위기감에 정부가 민간기업의 부업을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기준 일본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41.82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0위를 기록했다. 같은 해 한국은 34.3달러였으며, 두 국가 모두 OECD 평균인 48.14달러보다 낮았다.

그러나 아직 관련 제도가 미비해 부업이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과도한 노동, 본업 소홀 우려, 부업 중에 발생한 산업재해의 책임 소재 등 노무관리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기업이 부업을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로 부업에 종사하는 이는 적은 편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취업자 중 부업 종사자는 전체의 4%에 불과했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는 5 ~ 7 %에 달한다. 신문은 "(그럼에도) 부업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다"면서 "생산성 향상에 연결되고, (부업) 보급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