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 줄서도… 문 닫는 커피농장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사진=로이터통신.

블루보틀 개장 전 새벽부터 줄을 서고, 스타벅스는 전세계에서 4시간마다 하나씩 매장을 연다. 게다가 커피값은 매번 오른다. 전세계가 커피 열풍이지만 정작 커피 원두를 공급하는 농장들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전세계 커피 원두의 6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품종 가격은 이달 들어 파운드당 90센트를 기록해 14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파운드당 1.136달러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지난 1월엔 1.016달러까지 떨어졌는데 이제 파운드당 1달러 밑으로까지 가격이 추락한 것이다.

아라비카 품종을 생산하는 중앙아메리카 지역의 커피 농장들은 원두값이 파운드당 1.2~1.5달러는 돼야 손익분기점이 맞는다. 지난 3년여간 평균 가격은 1.2달러로 농부들이 간신히 버텼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격이 급락하자 결국 막대한 부채를 갚지 못하고 파산하는 것이다.

원두값 하락은 과잉공급과 신흥국들이 경제난을 겪으면서 달러 대비 화폐가치가 뚝 떨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브라질과 온두라스가 역대 최고 수준의 수확량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도 1990년대 이후 최고의 생산량을 올렸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먹는 커피값은 같은 기간 한 번도 내린 적이 없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세계 커피산업의 가치는 2배 증가한 900억달러(약 107조5500억원)를 기록했다.

FT는 2.5유로(약 3300원)짜리 커피를 한잔 마시면 원두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4%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35%는 임대료, 25%는 인건비다. 나머지 15%가 세금이고 심지어 컵, 냅킨, 빨대 이용료 등도 4% 포함돼 있다. 업체들은 한잔을 팔아 이중 7%을 이익으로 챙긴다. FT는 커피업체들은 농부들에게 600달러를 쥐어주고 원두를 구매하면 이걸로 3만달러를 벌어들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당장은 공급과잉으로 시장이 저렴한 원두값의 수혜를 입고 있지만, 결국엔 문을 닫은 커피농장이 늘어나면 다시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맷 맥도날드 카페다이렉트 원두수입 담당자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앞으로 5년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면서 "적자에 빠진 농부들이 충분한 비료를 사지 못하고, 원두의 질은 하락하고, 생산량마저 줄어들면 매년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