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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고, 왜 말을 못해"…리포트 유료화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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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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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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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리포트, 얼마면 사시겠습니까]③ 국내증권사 'SELL' 보고서 0.1%…유료화로 가는 길, 소비자 신뢰 회복부터

[편집자주] 국내 증권사 리포트는 외국계 리포트에 비해 파급력이 약하다. 비슷한 내용에 유독 낙관적인 시각, 실제 주가·실적과 차이가 큰 괴리율에 공짜로 제공되다 보니 투자자 신뢰도가 낮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서 리포트 유료화 등 금융정보를 차등화하려는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돈을 받되 질과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내 증권사 리포트의 현주소와 문제점, 대안 등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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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대규모 외국인 공매도의 트리거(발단)가 된 전일 리포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지난해 10월 한 증권사 A 연구원은 이 같은 해명을 담은 이례적인 보고서를 냈다.

A씨가 전날 JYP엔터테인먼트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종전 100억원에서 86억원으로 내렸는데 주가가 급락하자 공식 사과했다. 증권가에선 엔터테인먼트 업종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A씨의 보고서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급증 배경이 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국내 증권사들이 발간하는 종목 리포트 10개 중 9개는 '매수' 투자의견이다. 투자의견이 '중립'으로만 조정돼도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는 탓에 '매도' 리포트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A 연구원의 경우 투자의견 조정은 커녕 실적 전망을 보수적으로 했다가 해명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IB(투자은행)·IR(경영정보제공) 등 사업 유치를 위해 기업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국내 증권사들의 현실이 매도 리포트 실종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한다. 투자 관련 금융서비스를 무조건 공짜라고 생각하는 소비자 인식도 유료 등 차별화된 정보시장 진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증권사 리포트 등 금융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인색하다"며 "요약본은 대중에 공개정보로 제공하되 더 깊이 있는 자료는 차등을 두는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세요, 사세요"…'SELL' 보고서는 0.1%=21일 머니투데이가 금융투자협회의 증권사 리포트 투자등급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8년 4월~2019년 3월 1년간 국내에서 운영 중인 47개 증권사 종목 리포트의 78.9%가 '매수' 투자의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의견 '중립'은 16.3%, '매도'는 4.8%로 집계됐다.

이는 외국계 증권사(15곳) 리포트가 포함된 것으로 국내 증권사 32곳의 리포트만 따로 뽑아 보면 '매수' 투자의견이 90%로 높아지고 '중립'은 9.9%로 낮아진다. 투자의견 '매도' 리포트는 0.1%에 불과했다. 국내 증권사 중 1년간 매도 리포트를 낸 곳은 하나금융투자와 대신증권, 신영증권, KTB투자증권 등 4곳뿐이었다.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초대형IB를 포함해 나머지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는 전무했다. 특히 미래·신한·메리츠 등은 투자의견 '중립' 리포트도 10%를 밑돌았다. 부국·유화·리딩투자증권은 종목 리포트의 투자의견을 100% '매수'로 발간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 영업하는 15개 외국계 증권사의 종목 리포트 투자의견은 '매수' 55.3%, '중립·매도' 44.7% 등으로 비슷했다. 특히 '매도' 리포트 비중이 15%에 달하는 등 국내 증권사와 격차가 컸다.

"팔라고, 왜 말을 못해"…리포트 유료화의 허와 실

◇'매도' 외치기 힘든 현실…진짜 돈 될 정보 담아야=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이 '매도' 의견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국내 증권사들은 상장 기업과 중요한 거래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매도 보고서가 나오면 영업 측면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연구원 입장에선 해당 기업이나 해당 종목을 대량 보유한 기관투자자로부터 출입 정지, 정보 차단 등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 리포트가 무료로 공개되다 보니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면 불특정다수 투자자들의 항의를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투자의견 중립'이나 '목표주가 하향' 등을 매도 의견으로 봐야 한다는 숨은 공식까지 생겼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지만 목표 주가를 낮춘다는 것은 사실상 매도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만 낮춰도 파장이 클 때 목표주가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에게 힌트를 주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증권사 리포트 유료화 필요성이 대두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리포트가 무료 배포되면서 신뢰도 등 평가 절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저작권이 강화되는 움직임이나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시장 진출 움직임 등 변화를 감안할 때도 정보공개를 차등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권사들이 인력 고용 등 투자를 통해 정보를 발굴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며 "한국은 아직 주주중심 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했는데 국민연금이 NDR(기업설명회)를 본격화하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이해관계에 따라 내용이 바뀌지 않도록 독립리서치 설립도 보고서 유료화 정착 해법으로 꼽힌다. 비용을 지불 하기에 아깝지 않은 차별화된 정보를 담는 것은 기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고객이 많은 비용을 낼수록 경제→산업→기업 등 보다 세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구조"라며 "비행기 좌석처럼 금액에 따라 제공하는 정보의 차등을 두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 송지유
    송지유 clio@mt.co.kr

    머니투데이 산업2부 송지유 차장입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몰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유통산업을 비롯해 패션, 뷰티 등 제조 브랜드 산업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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