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에 쇼까지…지금은 '고양이 수난시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튜브, 서점, TV까지…. 고양이 열풍이 거세다. 바야흐로 '고양이 전성시대'. 고양이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만만찮다. 무지(無知)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본의 아니게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 인기가 높아지자 고양이가 등장하는 쇼까지 운영되고 있다. 이에 '고양이 전성시대'가 아닌 '고양이 수난시대'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반려묘 가구가 늘고 있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반려묘 숫자는 233만마리로 추정된다. 2012년 116만마리에서 5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셈. 같은 기간 반려견 수가 440만마리에서 662만마리로 1.5배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확연한 성장세다.

'고양이 열풍'은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서점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양이 훈련법 등 실용서부터 반려묘와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 고양이 관련 철학책까지 고양이를 다룬 서적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고양이가 훈련의 대상이 아닌 가족의 일원이 되며 관련 책이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다. 고양이 책만 판매하는 서점, 고양이 전문 출판사도 전국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키울 수 없는 상황인 이들은 '랜선집사'가 되기도 한다. '랜선'은 인터넷, '집사'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자신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랜선집사들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이 기르는 고양이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즐겨본다.

◇반려인이 좋아서 한 산책, 미용…고양이는 스트레스받고 있다

이처럼 SNS 등에서 고양이의 인기가 높아지며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반려묘를 키우는 이들 사이에서는 산책하는 고양이, 이른바 '산책냥'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논란은 반려묘 주인들이 고양이에 목줄을 채운 채 산책하는 모습을 촬영한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시작됐다.


인스타그램에 '#산책냥'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70만건에 이르는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과 사진에는 고양이들이 목줄을 한 채 공원, 아파트 단지 등을 산책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한 '산책냥' 게시글에 누리꾼이 "품에 안겨서 두리번거리는데 불안해는 것 아니냐"고 댓글을 달자 반려묘 주인은 "우리 00이는 산책을 즐겨요"라고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 '산책냥'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6만9500여건의 게시글이 나온다./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산책을 즐기는 고양이가 있다곤 하지만 '산책냥' 유행은 인간 위주의 생각에서 비롯된 잘못된 행동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김재영 한국고양이수의사회장은 "고양이 목줄 산책은 집사가 생각하는 것처럼 상쾌한 산책은 결코 아닐 것"이라며 "품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집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성격이 예민하다. 산책을 잘못하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고양이가 산책 중 도망가 유기묘가 될 위험도 있다. 강아지는 걷거나 달리는 수평운동을 하지만 고양이는 수평운동과 동시에 수직운동, 즉 점프하는 동물이다. 산책 도중 자동차 경적 같은 큰 소음을 들으면 흥분해서 순간적으로 도망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목줄 혹은 몸줄을 하고 있어도 몸이 유연해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고양이 미용에도 우려를 표한다. 털갈이 시즌에 여름이 다가오며 반려묘를 미용시키는 반려인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 그러나 낯선 환경에 대한 경계가 심한 고양이 특성상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응식 수의사는 "고양이 미용은 반려묘가 아닌 보호자가 원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 고양이는 털 깎는 클리퍼 소리, 클리퍼가 몸에 닿는 느낌 등을 굉장히 무서워한다"며 " 무마취미용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는데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피부가 유연해 미용 중 상처가 나기도 한다. 꼭 해야 한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무마취 보다 약간의 진정효과가 있는 마취를 하고 미용하는 것이 낫다"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설명했다.

◇'하악질' 하는 고양이가…'학대 논란' 휩싸인 고양이쇼

고양이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학대' 논란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어린이대공원 내에서 진행되는 동물 쇼에서 고양이가 물가에 설치된 징검다리를 건너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며 애묘인들 사이에서 "학대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낯선 사람과 낯선 환경을 경계하는 고양이 습성에 적합하지 않은 공연이어서다.

어린이공원 동물쇼 '캣츠' 공연 모습./사진=동물해방물결 유튜브 영상 캡처

동물해방물결에 따르면 문제가 된 공연 '캣츠'를 운영 중인 업체는 '애니스토리'다. 고양이 외에도 물개, 원숭이, 펭귄, 돼지, 오소리, 백로, 앵무새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동물의 종과 개체 수를 보유한 사설공연업체다.

동물해방물결은 지난 17일 어린이대공원을 찾아 해당 쇼를 찍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무대에 오른 고양이가 공을 들이미는 사육사에게 하악질을 하다 도망치는 모습이 찍혀 있다. 또 다른 고양이는 어디로 갈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다 피할 곳을 찾아 숨기도 한다.

동물해방물결 관계자는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는데 어린이대공원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이번 고양이 공연이 동물 학대는 아니기 때문에 당장 공연을 멈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면서 "어린이대공원은 동물 쇼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쇼에 이용된 동물들은 비자발적, 비자연적 행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며 "동물 학대는 인위적인 환경에서 동물에게 '먹이'를 빌미로 박수치기, 두 발로 서기 등 비자연적인 행위를 시키는 것, 동물을 돈벌이로 이용하며 바깥 자연환경으로부터 철저히 배제한 채 무대 뒤 실내 공간에서만 감금하고 있는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어린이대공원 측은 "고양이 각 개체별 공연 출연 시간은 10초 내외"라며 "학대가 이뤄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동물공연장에서 동물들의 특성을 고려해 적정한 환경 속에서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세심한 모니터링을 통해 모든 동물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