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고 마는 車 배터리? 렌탈·재활용·수리 시장 탄생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SK '신 배터리 선언'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 변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독일과 미국, 일본 등 몇몇 완성차 업체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던 기존 자동차 시장 구도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보급 확대와 함께 완전히 변하고 있다.

자동차 경쟁력을 결정하는 건 이제 더 이상 내연기관의 효율이 아니다.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이 자동차의 품질을 담보한다. 1990년대부터 연구개발(R&D)에 몰두해 온 국내 업체들과 일본 등 일부 기업들이 선도해 온 변화다.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기업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 재편의 중심에 섰다는 의미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도 같은 곳을 보고 있다. 그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관건은 전기차 시장으로 가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라며 "2030년이면 전체 판매되는 새 자동차 중 전기차의 비중이 25%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터리 강자, 그 이후를 본다=배터리가 완성차 시장 변화를 불러온 내부 축이라면 카셰어링(차량공유) 확산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외부 축이다. 자동차 시장은 자율주행을 향해 가고 있다. 자율주행과 함께 카셰어링도 늘어난다. 내가 직접 운전하지 않는 자동차다. '소유'하고자 하는 의지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시대가 온다는 의미다.

기존 완성차시장 구조라면 배터리는 신차에 한 차례 팔고 그만이다. 하지만 우버(UBER), 그랩 등 공유 업체들이 완성차 시장의 큰손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기업 단위로 배터리 교체수요와 관리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생산 기술을 가진 배터리 제조사가 유지보수까지 할 수 있게 된다면 기존에 없던 시장이 생기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여기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사장은 "우버가 성장 가능성이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자율주행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우버 같은) 운영자의 비용을 확 낮춰주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공급에 그치지 않고 수리와 대여, 충전, 재활용 등 배터리 서비스 플랫폼 사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이유다.

더구나 이런 시장의 변화가 어디까지 미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김 사장은 "우버나 리프트(LYFT)가 계속 경쟁력을 가질지, 아니면 구글이나 아마존, 애플 등 IT 업계의 거인이 갑자기 시장에 뛰어들지 아무도 모른다"며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으며 누구와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얘기하는 게 좋을지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장은 "행복하게", 현장은 "독하게"=배터리 후발주자로 선두를 빠르게 따라잡은 만큼 신사업으로의 전환 선언도 의미심장하다. 김 사장은 이날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독한 혁신"을 선언했다. 최태원 그룹 회장이 연일 '사회적 가치'를 앞세우며 행복경영을 설파하는 상황이다. 행복의 철학을 바탕으로 현장은 혁신하는 선순환 구조다.

현장은 입에서 단내가 난다. 회견에 동석한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김 총괄사장이 취임 직후부터 배터리 사업을 주 단위로 보고받으면서 챙겨 왔다"고 말했다. E모빌리티 사업 조직도 이미 가동된 지 오래다. 김 사장은 "10여명으로 구성된 E모빌리티 사업팀은 국내에 5명 이상 남아있는 것을 본 적이 없을 만큼 바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사장은 LG화학이 제기한 배터리 기술 침해 소송에 대해 "중국, 유럽 등이 배터리 산업을 키워가면서 글로벌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서로 사업에 집중하면서 시장을 같이 키워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폭스바겐과의 JV(조인트벤처) 설립에 대해 "계속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윤 대표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과정이 늦어지지 않고 있다"며 "(JV설립에 따른 기술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만에 하나라도 기술 유출이 되지 않도록 철저히 분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