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만나 대접받고, '미·일 무역' 챙긴 트럼프(종합)

27일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을 준비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국빈으로 일본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이번 방문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달 1일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을 만나 친분을 다졌으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을 만나는 등 미·일 동맹을 강조하려는 아베 총리에 최대한 보조를 맞춰줬다. 그러나 '무역' 관련해서는 자국 여론을 의식한 듯 시종일관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트럼프 앞에서 두 손 모은 일왕=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20분쯤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일본 도쿄 치요다구에 있는 왕궁을 찾아 나루히토 일왕 내외의 영접을 받았다. 나루히토 일왕이 직접 나와 마중하고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악수했다. 이후 진행된 환영행사에서 양국 국가가 연주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육상 자위대 의장대를 사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열 당시 나루히토 일왕 부부는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기다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나루히토 일왕은 왕국 내 접견실인 다케노마(竹の間)로 이동해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으며, 선물도 주고받았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저녁 트럼프 대통령의 위해 왕궁 내 연회장인 호메이덴(豊明殿)에서 양국 정부 관계자 등 168명이 참석하는 성대한 만찬도 열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에도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했으며, 당시 지난 4월 30일 퇴위한 아키히토 전 일왕과 회담했었다.

일본 자위대 의장대를 사열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를 바라보는 나루히토 일왕 부부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사진=AFP

◆트럼프, 8월 미일 무역협상 발표 예고=트럼프 대통령은 일왕 부부 접견 뒤 오전 11시부터 도쿄 중심부 영빈관 아카사카 별궁에서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전날 골프와 스모경기 관람 등 세끼를 함께하며 친분을 과시한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무역과 세계 경제, 안보, 북한, 이란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북한의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을 만나 '협력'을 약속하고, 이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미국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를 105대 구매하기로 한 사실을 강조했다. 하지만 무역과 관련해서는 "미일 무역 관계는 불균형하며, 일본이 오랫동안 이익을 얻어왔다"면서 "이런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고 오는 8월 미일 무역협상에 대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도 "절대 안한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서 "(무역협상의) 대부분이 일본의 7월 선거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며 "큰 숫자가 기대된다"고 했다. 이는 아베 정부 선거에 도움을 주면서도 일본을 압박해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도 "대일(對日) 무역적자를 줄이고 모든 무역 장벽을 제거해 양국에 이익이 되는 무역 합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아카사카 별궁 둘러보는 멜라니아 여사와 아베 아키에 여사. /사진=AFP

◆트럼프 "미중 무역협상 급하지 않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수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은 수백억 달러를 벌게 됐다"면서 "중국은 합의하고 싶어하지만, 미국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관세를 피해 중국에서 베트남이나 일본 등으로 옮기고 있다. 만약 관세를 내고 싶지 않다면 미국으로 오면 된다"면서 "중국이 언제까지 수백억 달러를 관세를 낼 수는 없을 것이고 결국 미국과 중국은 훌륭한 무역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양국 정상의 의견이 엇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 아니라는 뜻을 내비쳤지만, 아베 총리는 "위반이다. 매우 유감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 2년간 핵 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다"면서 "내가 틀릴 가능성도 있고, 급하지는 않지만 북한과 합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