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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기업경영 감시자' 사외이사,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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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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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의 탈출구](종합)

[편집자주] 사외이사는 주식회사 경영의 조력자이자 감시자임에도 거수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적책임에도 불구하고, 거수기 역할의 면죄부가 늘고 있다. 사외이사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편법과 맹점을 들여다봤다.


'70억' 물어줘야 하는 사외이사들, 뒤에서는 웃는 이유


[사외이사의 탈출구]'태백시 확약서'에 150억 '배임 우려' 기부 결정… 태백시에 구상권 소송 검토하는 사외이사들

[MT리포트] '기업경영 감시자' 사외이사, 현실은?
강원랜드에 150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약 70억원(이자 포함)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받은 강원랜드 사외이사들이 태백시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에 나서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 운영을 도우고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가 회사 경영 부실을 초래한 책임을 스스로 지지 않고, 외부로 떠넘기기 때문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강원랜드가 2012~13년에 걸쳐 태백시에 부당한 방법으로 150억원을 기부하는 데 관여했다는 이유로 최흥집 전 사장 등 전직 사내·사외이사 9명에게 150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한 소송에서 사외이사 7명에게 총 30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지난 16일 확정했다.

그러자 강원랜드 사외이사들은 '민·형사상 책임을 대신 져주겠다'는 취지의 태백시의 확약서를 핑계로 태백시에 조만간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랜드와 태백시 등에 따르면 A씨 등 전직 사외이사 7명은 태백시와 태백시의회를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추진 중이다. 2012년 강원랜드 이사회의 기부안 결의와 관련해 태백시 등이 작성해 준 '확약서'에 기초한 것이다. A씨 등이 이 소송을 실제로 제기해 태백시 등을 상대로 승소하게 될 경우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관여했음에도 사실상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셈이 된다. 나아가 태백시가 A씨 등에게 70억원 전액을 물어준다고 하더라도 강원랜드가 입은, 원금만 150억원에 달하는 손해의 절반도 보전하지 못하게 된다.

이 소송은 2014년에 처음 제기돼 2015년에 1심 선고가 나왔고 그 내용이 이제서야 확정이 됐다. 2015년 7월 1심 선고 이후 이자도 연 5~20%씩 붙어 이들 7명이 강원랜드에 돌려줘야 할 돈은 70억원에 이른다.

사건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원랜드 지분 1.25%를 보유하고 있던 태백시는 당시 민간업체와 공동으로 태백관광공사를 설립하고 이 공사를 통해 오투리조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오투리조트의 경영난이 지속되자 태백시는 강원랜드에 오투리조트 운영자금을 대여 또는 기부 방식으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태백시의회 의원을 지낸 적이 있던 강원랜드 사외이사 A씨는 강원랜드 이사회에 폐광지역 협력사업비로 150억원을 기부하자는 안건을 발의했다. 이 안건은 "기부안을 가결할 때 업무상 배임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등 이유로 두 차례나 결의가 보류됐다.

이에 태백시장과 태백시의회 의장이 공동명의로 "이사의 배임문제가 발생할 때 태백시와 태백시 의회가 민·형사상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확약서를 써주고 나서야 강원랜드 이사회는 출석이사 12명 중 찬성 7명, 반대 3명, 기권 2명으로 기부안을 가결시켰다. 찬성표를 던진 7명은 모두 A씨와 같은 사외이사들이었다. 기권표는 최 전 사장과 B 전무 등 2명이 냈다.

태백시는 2012~13년에 걸쳐 150억원의 기부금을 태백관광공사에 전달해 공사의 인력운용비 등 운영자금으로 썼다. 그러나 공사는 2014년 8월 임금채권 미지급 등을 이유로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150억원의 지원금이 공중으로 사라진 것이다.

강원랜드는 2014년 9월 최 전 사장과 B 전 전무 등 사내이사 2명과 A씨 등 당시 사외이사 7명에게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원심은 일단 "폐광지역 경제진흥을 통한 균형발전과 주민 생활향상이라는 공익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에서 기부금 결의가 이뤄졌고 기부의 액수가 강원랜드 재무상태에 비해 과다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기부가 폐광지역 전체의 공익증진에 기여한 정도와 강원랜드에 주는 이익이 크지 않고 기부의 대상 및 사용처에 비춰 공익달성에 상당한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외이사들인 피고들이 이사회에서 이같은 점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다고도 보기 어려워 선관주의 의무를 위배했다"고 A씨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도 이같은 판단이 옳다고 했다. 다만 명시적으로 기권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된 최 전 사장과 B 전 전무에게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A씨는 전체 배상액 70억원(이자 포함) 중 절반인 35억원 가량을 단독으로 배상하게 됐다. 다른 6명의 전직 사외이사도도 연대해서 나머지 35억만큼을 물어야만 한다. 이렇게 되자 당초 이사회 결의를 조건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고 한 태백시에 구상권을 청구키로 한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이사회 결의 사항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외이사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태백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토록 한 면책 확약서는 모럴헤저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국상, 최민경 기자



대기업, 사외이사 업무소홀시 해임도 가능



[사외이사의 탈출구]삼성·LG, 상법에 따라 배상책임 물어…SK는 정관에 이사 해임 규정 명시

[MT리포트] '기업경영 감시자' 사외이사, 현실은?
강원 태백 오투리조트에 150억원 기부를 의결한 강원랜드 전 이사들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면서 4대 그룹에도 사외이사진에 배상책임을 묻는 별도 규정이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71,500원 상승800 1.1%)는 정관에 사외이사진의 배상책임을 묻는 규정을 따로 두지 않고 상법에 따른다.

사내이사·사외이사 따로 구분을 두지 않고 상법 399조(회사에 대한 책임)와 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에 따라 이사의 배상책임을 묻는 것이다.

상법 399조는 "①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 "①의 행위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인 때에는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책임이 있다", "①의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써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돼 있다.

382조는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며 이사의 충실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현대차와 SK는 이사의 배상책임에 대한 별도 정관 규정이 있다. 특히 SK 정관에 따르면 사안에 따라 이사의 '해임'도 가능하다.

현대차 정관 28조(이사의 책임)는 "이사는 임무해태 등의 경우에 상법 등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 회사와 제3자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돼 있다.

이어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은 이사가 그 행위를 한 날 이전 최근 1년간의 보수액의 6배(사외이사의 경우는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도로 한다"며 "다만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와 법률상 이사의 책임감경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돼 있다.

"이사가 본 회사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부담하거나 지출한 모든 소송비용, 기타의 손실, 손해 및 채무는 회사가 이를 보상한다. 단 그러한 손실, 손해 및 채무가 당해 이사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임무위배로 발생하거나, 그밖에 회사에 의한 보상이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돼 있다.

SK는 정관 제 17조(이사의 의무) 8항에 "이사가 본 조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회사는 당해 이사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당해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며 해임 규정을 두고 있다.

이밖에 SK는 "이사는 재임 중은 물론 퇴임 후에도 업무 수행과 관련해 알게 된 회사의 비밀을 최선의 주의를 다해 관리해야 하며, 회사의 비밀을 이용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4대그룹은 아니지만 롯데지주는 임원배상책임보험을 갖고 있고, 임원의 의도적, 고의적,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 임원이 개인이익을 취득하는 등 보험 적용을 못받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롯데지주에 따르면 일반 임원뿐 아니라 사외이사도 임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다. 임원배상책임보험은 회사 임원이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회사 및 제3자에 대해 법률상의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됨에 따라 입게 되는 손해를 보상한다.

이에 대한 예외 조항은 △임원의 부정 또는 범죄행위에 기인한 손해배상책임 △임원이 개인적 이익을 취한 행위 △임원이 회사 내부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한 행위 △임원에게 보수 등이 위법으로 지급됨으로써 발생한 배상책임 △뇌물 및 불법증여에 기인한 손해배상청구 등이다.

한편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강원랜드의 오투리조트 기부 관련 의결시 기권한 전 대표이사와 전무이사 등 2명을 제외한 나머지 7명에게는 배상 책임이 있다고 지난 17일 판결했다.

2014년 강원랜드는 지원을 결정한 전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의무)를 게을리해 기부함으로써 강원랜드에 15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기부를 승인한 것은 이사로서 경영에 관한 재량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선관주의의무에 위반된다"며 "이 사건 결의는 상법 제399조 제1항의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 한 경우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원고는 이 사건 기부금 150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찬성·기권한 이사 9명 모두에게 일부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9명의 연봉을 토대로 30억원을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권한 대표이사와 전무이사에 대해선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할 수 없다"며 "손해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해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을 일부 파기환송했다.

황시영, 최석환, 조성훈, 이건희 기자



이재용도 가입한 임원배상책임보험, 뭐기에…



[사외이사의 탈출구]미국은 상장사 대부분 가입, 국내선 외환위기 후 가입 늘다 정체…의무가입 아니고 도덕적해이 우려도

[MT리포트] '기업경영 감시자' 사외이사, 현실은?
기업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유능한 경영진을 확보해 소신경영 펼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결정에 과도한 법적책임이 부과된다면 임원들은 이런 직무를 기피하게 될 수 있다.

임원배상책임보험은 보상제도만으로는 임원을 보호하고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 따라 개발됐다. 기업의 임원이 업무수행과 관련해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할 때 이를 보험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통상 회사가 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고 피보험자는 회사의 임원이 된다. 고의, 사기 등을 제외한 민사소송에만 해당하며 담합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는 보상받을 수 없다.

임원배상책임보험이 가장 발달한 곳은 ‘소송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이다. 미국은 워낙 소송이 흔해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이 직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 임원배상책임보험이 일찍부터 활성화됐다. 1960년대부터 상장사의 대부분이 임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1991년에 처음 도입됐지만 기업들의 무관심 속에 활성화되지 않았다. 회사의 임원이 업무수행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진다는 것은 당시에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법리라 기업이 이에 대해 대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다. 하지만 1997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실제로 이사에 대한 책임추궁이 이뤄지기 시작하자 국내 기업들도 임원배상책임보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내 임원배상책임보험 계약건수는 2000년 101건에서 2001년 264건, 2002년 386건, 2003년 372건으로 증가했다. 보험료 총액도 2000년 309억원에서 2001년 326억원, 2002년 761억원, 2003년 840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정체기가 길어지면서 2011년 계약건수 464건, 보험료 총액 273억원으로 2000년 초반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상장사의 경우 2007년 말 기준 코스피 상장기업 39.2%(234개), 코스닥 상장기업 12.6%(121개) 정도로 늘어난 이후 크게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업종별 편차도 크다. 소송 가능성이 큰 금융업은 가입률이 54%에 달한다. 신한금융그룹 등 대부분의 금융그룹은 전 그룹 계열사가 가입했다. 소송이 늘어난데다 해외에서 소송을 제기당하는 경우도 많아 임원 뿐 아니라 직원을 대상으로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금융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제조업은 가입률이 15%, 비제조업은 26% 그친다. 삼성, 현대 등 해외 진출이 활발한 글로벌 기업의 경우 주요 계열사가 대부분 가입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가입률이 미미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은 물론 사외이사나 감사위원들이 자신들에 대한 책임 추궁 가능성을 높지 않다고 봤기 때문에 그간 가입률이 높지 않았던 것”이라며 “강원랜드 이사들이 회사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 관심이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대부분 주의 회사법에 회사가 임원을 위해 책임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상법 등 법률상 의무가입이 아니다. 또 일각에서는 임원배상책임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여전하다. 회사에 대한 손해를 대비하는데 보험료를 회사가 지급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사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등 도적적해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나온다. 보험을 믿고 엉뚱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임원배상책임보험은 임원에 대한 보호 측면도 있지만 유능한 임원들이 소신경영을 할 때 결국 주주에게 최선의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며 “의무가입을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도덕적해이와 면책범위 등에 대해 논의하면서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혜영 기자



93년 역사 빵집도, 4만명 건설사도 '휘청'…英이사회 태만 '홍역'



[사외이사의 탈출구]4만여명 종사 건설사 카릴리언 청산 1년 만에 대형 빵집체인도 분식의혹…회계법인·이사회에 질타 거세

/사진=블룸버그
/사진=블룸버그
영국 런던의 '디저트 맛집'으로 종종 소개되던 파티세르 발레리(Patisserie Valerie)의 몰락은 한 순간이었다.

지난해 10월, 회사 측이 "중대한, 그리고 잠재적으로 사기의 가능성이 있는 회계 부정을 발견했다"고 밝힌 지 약 4개월 만인 올해 1월 말, 회사는 청산 수순을 밟았다. 사외이사, 감사 등이 포진한 이사회의 업무소홀과 무능이 주요 이유로 꼽혔고 특히 사외이사는 이사직을 맡는 기업수에 제한이 없어 업무 집중도도 떨어진다는 비난을 샀다.

BBC에 따르면 회사 회계상 9400만파운드(1417조원)가 과대 계상됐고 보유 현금이 5400만파운드나 부풀려져 기록된 게 문제였다. 회계상 과대 계상 금액은 당초 4000만파운드로 알려졌었으나 청산인으로 선정된 KPMG의 조사 결과 2배 넘게 늘어났다.

자산을 평가한 방식에 있어서도 실제와 2300만파운드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의 재무이사를 지냈던 크리스 마쉬는 사기 혐의로 체포됐다 보석으로 풀려났는데 현재 영국 중대사기수사국(Serious Fraud Office)의 조사를 받고 있다.

파티세르 발레리는 1926년 영국 런던 소호에 문을 연 베이커리다. 청산 직전까지 영국 전역에 200여개의 점포를 갖고 있었고 임직원 수는 3000명에 달했다. 2014년 증시에 상장해 한 때 기업가치가 4억4000만파운드(6661억원)에 달했다. 청산을 거치면서 파티세르 발레리는 한 사모펀드에 매각됐는데 100개 남짓의 점포가 생존했고 약 2000명의 직원들은 해고를 면했다.

당장 이 회사의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 그랜트 손튼(Grant Thornton)의 부실감사가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았고 경영진의 탐욕, 허점을 발견치 못한 이사회의 무능 혹은 태만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해 초, 전세계 약 4만3000명을 고용중이던 영국의 대형 건설기업 카릴리언(carillion)이 갑작스런 강제 청산에 돌입한 지 1년 만에 벌어진 일이어서 충격은 더 컸다. 카릴리언도 청산 직전 은행에 보유 자산이 3000만파운드 밖에 없었던 데 비해 부채는 약 15억파운드에 달했다. 회계법인도 문제였지만 이사진이 생존 가능성이 없는 회사의 주요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난들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카릴리언의 필립 그린 이사회 의장은 전직 영국 총리의 기업책임에 관한 자문역을 지낼 정도로 이사회 멤버들은 서류상 자격이 충분해 보였다"면서도 "이사회는 부채 증대를 중단하지 못했고 현금 출혈이 발생해도 배당을 계속했으며 핵심 성과목표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어도 핵심 경영진에 보너스를 지급하는데 사인하는 등 수년에 걸쳐 교과서적 함정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금융정보 잡지 '머니위크'는 "지난 10~15년간 한 회사의 사외이사에게 요구되는 자원 투입 역량은 커졌지만 기업 지배구조 규정에 따르면 한 사외이사가 다루는 기업 수엔 제한이 없다"며 "사외이사들의 시간 부족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안이 복잡한 회사의 경우 매달 회의를 열어야 하지만 많은 경우 그렇지 않다"며 "(경영진의 입김이 닿지 않는)독립적인 이사회 멤버를 모으기 위한 지명 위원회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사외이사 책임 판례보니…대주주가 대신 물어주기도



[사외이사의 탈출구]불법감시 미흡 뿐 아니라 '임무해태'로도 책임인정, 개인제재 방안은 '미흡'

[MT리포트] '기업경영 감시자' 사외이사, 현실은?
"주식회사의 이사들이 합리적 정보를 바탕으로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면, 이사들이 결의에 찬성한 행위는 이사의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에 위배되는 행위에 해당한다."

이는 2012~2013년 강원랜드 사외이사들이 태백시에 대한 150억원 규모의 부실한 기부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강원랜드에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대법원 선고 취지다.

상법 제399조는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게을리 하는 등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이사들이 연대해서 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해사(害社) 행위가 이사회 결의에 의한 때는 해당 이사회에서 찬성표를 던진 이들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돼 있다.

법원이 사외이사가 사내이사 및 회사의 경영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을 때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 강원랜드 사건이 처음은 아니다. 코스닥에 상장됐다가 분식회계 등을 이유로 상장폐지된 코어비트의 투자자들이 회사의 전·현직 임원과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사외이사 A씨는 "회사에 출근도 하지 않았고 이사회 결의에도 참가하지 않았다"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4년 12월 A씨의 주장에 대해 "실질적 활동을 하지 않는 사외이사라고 하더라도 대표이사와 다른 이사들의 업무를 감시·감독할 책임이 있다"고 '선관주의 위반'을 이유로 책임을 지도록 했다.

과거에는 사외이사에게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 자체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구현주 변호사는 "과거에는 이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구하는 소송을 내더라도 사외이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많지 않았다"며 "사외이사가 사내이사에 비해 정보접근성이 낮은 데다 주도적으로 문제가 될 행위를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책임인정 여지가 더 높은 사내이사에게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며 기업 차원의 잘못된 결정이 사회 전체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며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사외이사에게도 책임을 묻는 움직임이 늘어났다. 2016년 이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이 불거지고 난 후 투자자들이 잇따라 제기한 다수의 소송에서 사외이사들이 피고로 이름을 올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코어비트 사건이 사외이사가 회사의 불법행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인정한 사례라면 이번 강원랜드 기부금 사건은 사외이사에 보다 엄중한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한단계 진일보한 판결로 평가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책임을 사외이사들이 지지 않고, 태백시에 구상권을 청구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윤승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법은 이사가 법령·정관에 위배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만이 아니라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도 회사에 대한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코어비트 사건이 명백한 불법행위를 감시하지 못한 책임을 물은 판례라면 이번 강원랜드 판결은 사외이사의 임무해태에 대해서도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강원랜드 판결의 한계는 있다. 법원이 사외이사의 책임을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결정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나 기업이 사외이사로부터 손해 전액을 보전받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강원랜드 사건만 보더라도 강원랜드의 전직 사외이사 7명은 문제가 된 이사회 결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확약서를 써 준 태백시 등에 대해 구상금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사외이사들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고 피해는 기업이 입었음에도 실제 돈을 물어줘야 하는 이들은 사외이사가 아닌 외부인이라는 얘기다.

다수 기업들은 사외이사 뿐 아니라 이사회 멤버들이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질 경우 이를 금전으로 보전하는 내용의 임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이같은 보험은 경영진들이 과도하게 위험회피적인 결정만 내림으로써 기업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과감한 결단을 내리도록 보조하기 위해 도입된 장치이지만 그 취지와 맞지 않게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린 이사들의 책임을 덜어주는 쪽으로도 쓰인다는 지적이 있다.

더구나 기업 오너나 대주주가 잘못된 의사결정에 참여한 사외이사가 부담해야 할 몫을 대신 짊어진 경우도 있다. 1999년 LG화학이 100% 보유한 LG석유화학 지분을 옛 LG그룹 대주주 일가에게 헐값에 매각해 2640억원 상당의 손해를 회사에 끼친 사안에 대해 참여연대가 고(故) 구본무 회장 등을 상대로 회사에 손해를 배상하라는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구 회장 등이 LG화학에 400억원을 배상해야 하고 △당시 LG화학 이사회 결의에 참석한 사외이사들도 400억원 중 30억원에 대해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때 구 회장은 사외이사들이 내야 할 30억원 전액을 자신이 대신 납부한 바 있다.

황국상, 최민경 기자



사외이사 손배책임 '이례적'? 규준은 19년전 마련



[사외이사의 탈출구]상장사協 '사외이사 직무수행 규준' 2000년 제정…기대 효과 미미 지적에 2007년 개정

[MT리포트] '기업경영 감시자' 사외이사, 현실은?
회사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 사외이사에게 책임을 물은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거수기' 역할만 해왔던 사외이사에게 책임을 실제로 지웠다는 점에서 법조계에서도 이례적이라고 평가받는데, 관련 규정은 이미 오래전에 마련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상장사의 '사외이사 직무수행규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규준은 상법에 근거, 2000년 제정되고 2007년 개정됐는데 상장협은 "운영적인 측면에서는도입 당시 기대했던 효과를 충분히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대두돼 규준을 개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직무수행규준 2장 5조는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소홀히 해 회사에 손해를 초래한 때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이는 사외이사도 동일하다.

상장협은 주석을 통해 "사외이사는 상근이사와 달리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제약이 있고, 업무수행에 기여할 수 있는 시간에도 제약이 있으므로 회사에 대한 책임을 부담함에 있어서는 상근이사에 비해 책임을 경감하는 것이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현행법상으로는 사외이사의 책임을 상근이사의 책임과 구별하여 경감할 근거가 없으므로 상근이사와 동일한 책임을 지는 것을 전제로 해 업무수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준은 사외이사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를 소홀히 했을 때, 손해가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찬성 혹은 반대 의결권 행사를 통해 회사에 피해를 입혔을 때 등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다만 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업무를 결정또는 집행한 때에는 그로 인해 생긴 회사의 손해에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도록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2년 태백시가 출자해 건설했던 오투리조트가 경영난이 심해지자 태백시가 강원랜드에 오투리조트의 운영자금을 대여 또는 기부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발생했다. 지역사회에서도 강원랜드의 회생자금 지원 여론이 형성됐고 강원랜드 이사회는 이를 통과시켰다. 이후 강원랜드는 지원을 결정한 전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의무)를 게을리 해 기부함으로써 강원랜드에 15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2014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사외이사가 임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있는 경우 보험사가 배상 책임을 대신 질 수 있다. 임원배상책임보험은 임원의 자유로운 경영활동 보장과 과도한 법적 책임을 덜어주기 위한 보험으로 기업의 임원이 임원의 자격으로 업무 수행 중 의무위반, 과실 등 부당행위로 인해 주주 및 제3자에게 입힌 경제적 손해에 대한 법률상 배상책임을 보상하는 보험이다.

임원배상책임보험의 보상범위는 소송 시 확정된 손해배상금 또는 소송 전 합의 시 합의 비용, 법적 대응에 필요한 변호사 비용이나 소송비용 등 모든 제반 비용이다. 다만 형사소송 결과에 따른 벌금이나 과태료 등은 보상하지 않는다.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고가 인수’사건이 임원배상책임보험 사용의 대표적 사례다. 2015년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당시 인수 실무자였던 전우식 전 전략사업실장과 공모해 부실기업인 성진지오텍을 지분 부풀리기로 인수하면서 회사에 1592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포스코는 이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변호사 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지원했고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정 전 회장 등에게 지급했던 변호사 비용 등을 임원배상책임보험금 청구로 해결하게 됐다.

이태성 기자



이사회 참석에 수천만원 "사외이사, 책임도 강화해야"



[사외이사의 탈출구]책임 묻기 쉽지 않고 보험, 이면계약 등으로 빠져나갈 여지 있어

사외이사의 핵심적인 역할은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와 조언이다. 그러나 이 임무를 방기한 채 수천만원에 달하는 임금만 챙겨갔다 하더라도 사외이사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와는 별개로 책임도 커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법 399조는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인 때에는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여기에 상법 382조의 3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요구한다.

최근 대법원이 강원랜드 사외이사 중 오투리조트 지원에 찬성한 사외이사들에게 1인당 평균 2~3억원씩 물어내도록 판결한 것도 이 규정에 근거하고 있다. 법원은 이들이 상법이 정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배했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판결은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사가 각종 임무를 게을리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강원랜드 사건은 오투리조트에 대한 지원으로 인해 손해가 날 것이 매우 확실했기 때문에 법원이 사외이사 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임무를 소홀히했다고 볼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회사 경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해당 사외이사들이 실제로 돈을 배상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회사가 임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는 경우 보험사가 임원이 업무 수행 중 업무 수행 중 의무위반, 과실 등 부당행위로 인해 주주 및 제3자에게 입힌 경제적 손해에 대한 법률상 배상책임을 진다. 강원랜드가 임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이들은 직접 회사에 손해를 배상할 필요가 없다. 일부 회사의 경우 사외이사에게 찬성표를 요구하는 대신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함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이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각종 상법 개정안이 상정돼있다. 채이배 의원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은 임원의 충실의무를 보다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채 의원은 발의안을 통해 "충실의무는 그 특성상 이사가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이득을 보는 경우에도 회사에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거나 회사의 손해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사가 충실의무 및 관련 규정을 위반하여 사익을 추구한 경우에는 이를 원상회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 등에는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이사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고 있어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상존한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은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어떠한 이해관계를 갖지 않고, 상당한 주의를 다하여 회사에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선의로 믿고 경영상의 결정을 내렸을 경우에는 비록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의무의 위반으로 보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계 관계자 역시 "각 회사별로 문제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사외이사 관련 규정 자체는 상당히 엄격하다"고 말했다.

이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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