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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내고 창업했다 망한 직원, 다시 받아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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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이상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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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19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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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집 인터뷰] 스타트업 CEO 출신 제레미 케이건 美컬럼비아대 교수…"실패한 도전도 인정하고 보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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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케이건 컬럼비아대 교수/ 사진=이상배 뉴욕특파원
'제2의 창업붐'이다. 수많은 이들이 창업에 도전한다. 그러나 창업기업(스타트업) 4곳 중 1곳은 1년내 문을 닫는다. 2곳 가운데 1곳은 4년내 폐업한다.

꿈과 아이디어를 갖고 도전했지만 실패한 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창업과 경영 과정에서 이들이 쌓은 경험은 다른 기업에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창업하겠다며 박차고 나갔다가 결국 실패한 직원을 다시 받아주는 회사가 한국에 얼마나 있을까?

성공한 벤처기업가에서 학자로 변신한 제레미 케이건(Jeremy Kagan)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사표를 던지고 나가 창업했다가 실패한 직원들을 다시 고용하라"고 한국 기업들에게 조언했다.

비단 그 직원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사람을 대우하고, 거기서 얻은 경험을 인정하는 문화를 만들어야만 기업이 혁신성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패한 도전도 인정하고 보상해야"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6월 초, 뉴욕 맨해튼에 있는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사무실에서 케이건 교수를 직접 만났다.

디지털 마케팅 업체 '프라이싱 엔진'(Pricing Engine)을 창업한 '벤처 CEO(최고경영자)'였던 케이건 교수는 회사를 안정시킨 뒤 후배들의 창업을 돕겠다며 모교로 돌아왔다. 마케팅학 교수인 그는 현재 20여개 학내 스타트업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계 아내와 수많은 한국인 친구를 둔 '지한파' 케이건 교수에게 한국과 미국간 가장 큰 기업 문화의 차이를 물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전직 삼성전자 간부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삼성전자에서 상품 담당 매니저로 일했던 사람이 있다. 갑자기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라 퇴사한 뒤 회사를 차렸다. 그런데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5년 정도 지나 결국 사업을 접었다. 그는 전 직장인 삼성전자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건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한국 대기업들은 나가서 창업했다가 실패한 직원을 다시 받아주는 문화가 아니다. 미국 회사라면 달랐을 것이다. 실패했더라도 창업하고 회사를 운영해본 경험을 높이 사서 다시 받아들인 뒤 오히려 더 큰 일을 맡겼을 것이다."

결과와 상관없이 위험을 감수한 도전 자체를 높이 인정해주고, 그 경험에 대해 보상해주는 문화. 비단 창업 뿐 아니라 기업과 국가 전체의 혁신성을 좌우하는 조건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쯤에서 본인의 얘기가 궁금했다. 어떻게 창업을 결심했냐고 물었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에서 회계 일을 하던 중 사업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뉴욕의 피자 가게를 예로 들자. 광고를 하고 싶은데 어떤 문구를 써야 고객들이 찾아올지 모른다. 나름대로 장사를 하면서 알게 된 정보는 있지만 가게 한곳의 정보론 부족하다. 만약 다른 49개 피자 가게의 데이터까지 한데 모을 수 있다면? 고객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믿을만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그런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내가 직접 하기로 결심했다. 어떤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떠올랐을 때 자신이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기업가의 특징인 것 같다."

후배 창업 지망생들에게 들려줄 조언을 부탁했다. "절대로 다니던 회사를 미리 그만 두지 마라." 그가 강조한 첫번째 수칙이다. 현 직장에 사표를 내기 전에 창업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라는 얘기다. 창업 준비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동료들을 모으고 돈을 구하고 사업 아이디어도 구체화해야 한다. 때론 창업을 준비하는 도중에 상황이 여의치 않아 뜻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아무리 창업 준비에 전념하고 싶더라도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퇴사는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창업 초기엔 배 고플 각오를 해야 한다. 한동안 라면만 먹고 버텨야 할 수도 있다. 창업자가 월급을 받아가는 건 상상도 못한다. 버는 돈은 회사를 운영하고 다시 투자하기에도 부족하다. 하지만 미리 계획만 잘 세우면 그런 배고픔이 덜할 수 있다. 만약 무작정 뛰어든다면 말 그대로 '굶어야' 할 수 있다." 케이건 교수의 '히든카드'는 아내였다. 남편을 믿고 창업을 지지해준 아내가 맞벌이 전선에 뛰어들어 창업 초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두번째 조언은 사업 아이디어를 숨기지 말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도움을 구하라는 것이다. "창업 아이디어 중 완전히 새로운 건 거의 없다. 대부분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과거에 누군가 해봤던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주 드물다. 물론 경쟁자가 아이디어를 훔쳐가는 건 피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아무에게도 아이디어를 얘기하지 않으면 동료는 어떻게 구하고, 펀딩은 어떻게 받나?"

세번째는 창업 후 경영을 혼자 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영업이든 인사든 회계든 전문가를 구해 맡겨야 한다. 특히 스타트업에선 회사가 어느 정도 커진 뒤에도 CEO가 모든 직원의 인사를 직접 챙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러다간 CEO가 챙겨야 할 더 중요한 문제를 놓칠 수 있다. 케이건 교수는 "어느 순간엔 반드시 인사 전문가를 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언젠간 창업자 된다"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기조인 '혁신성장'. 그 핵심인 창업 활성화를 위한 조건을 물었다. "한국은 창업하기에 나쁘지 않은 곳이다. 교육 수준이 높고, 기술력도 강하다. 삼성전자와 같은 IT(정보기술) 대기업들에서 수많은 기술 인력들이 배출된다. 문화적 역량도 있다. K팝이 세계를 정복하고 있지 않나. '창업 대국' 이스라엘과 비슷한 면이 많다. 징병제인 이스라엘에선 청년들이 군대에서 기술을 배워서 나온다. 또 이스라엘 역시 내수시장이 작기 때문에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 그게 오히려 성공 요인이 될 수 있다. 좋은 제도만 갖춰진다면 충분히 '창업 대국'이 될 수 있다."

케이건 교수는 마음만 먹으면 당일 바로 회사를 설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선 요식업처럼 면허가 필요한 업종이 아니라면 단 하루만에 회사를 차릴 수 있다. 창업을 위한 서류 작업에 몇주, 몇개월씩 묶여 있지 않아도 된다. 어떤 나라에선 서류 작업에만 1년반이 걸리기도 한다. 신속하게 저비용으로 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제도가 창업 활성화의 전제 조건이다."

스타트업들의 손쉬운 자금조달을 위해 그는 정부의 엔젤투자 매칭펀드 확대를 제안했다. "엔젤투자자는 100개 스타트업에 투자해 98곳이 망하고 2곳이 성공해서 돈을 버는 구조다. 페이스북과 같은 성공 사례가 하나 나올 때 99개 이상의 실패 사례가 나온다. 그게 엔젤투자가 운영되는 방식이다. 그만큼 위험이 크다. 정부가 위험을 분담하는 매칭펀드의 지원을 늘리면 엔젤투자도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케이건 교수가 지난해 펴낸 저서 '디지털 마케팅: 전략과 전술'(Digital Marketing: Strategy and Tactics)에는 그가 평생 갈고 닦은 디지털 마케팅의 실전 지식들이 담겨 있다. 기본적으론 최소한의 '고객확보비용'을 들여 최대한 많은 고객과 최대한 높은 '고객당 생애수익'을 거두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아직 한국어로는 번역되지 않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마케팅 전략이 아무리 좋아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실패한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고객이 어떤 걸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아무 의미가 업다. 고객이 뭐라고 말을 했는지도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하는 경향이 있다. 설문조사 결과에 속아선 안 된다. 수많은 고객 테스트를 거친 코카콜라의 '뉴 코크'가 실패한 이유다. 고객들이 아무리 맛있다고 했더라도 실제로 사지 않으면 망한다. 정말 중요한 건 고객이 실제로 무엇을 하느냐다. 더 구체적으론 어디에 돈을 쓰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미국인들은 평생동안 평균 8번 정도 직장을 바꾼다고 한다. 한국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평생 직장'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누구나 언젠가는 스타트업 창업자가 될 수 있다. 평소 MBA(경영학석사) 과정 학생들에게도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의 회사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 대비해 미리 자신의 실력을 키워둬야 한다. 나 역시도 지금 당장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지만, 만약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교수를 그만 두고 또 다시 나가서 도전할 거다."

제레미 케이건 컬럼비아대 교수/ 사진=이상배 뉴욕특파원
제레미 케이건 컬럼비아대 교수/ 사진=이상배 뉴욕특파원

◇제레미 케이건 교수는 누구?

실전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미국 경영학계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및 디지털 마케팅 분야 권위자다. 미국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강사이자 마케팅 컨설턴트다. 뛰어난 유머 감각과 짧고 간결한 강연으로 정평이 나있다. 온라인 컨텐츠, 전자상거래 등 디지털 기업들 뿐 아니라 전통 광고업체들까지 다양한 기업들을 강연 또는 컨설팅 고객으로 두고 있다.

1991년 펜실베니아대를 졸업한 뒤 뉴욕의 광고업체에서 일하며 미디어에 입문했다. 1999년엔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세계 4대 음반회사인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에서 글로벌 회계관리 업무를 하던 중 뛰쳐나와 '프라이싱 엔진'(Pricing Engine)이란 디지털 마케팅 회사를 창업했다.

벤처 CEO(최고경영자)로서 중소기업 또는 소상공인들의 고객 데이터 기반 마케팅을 돕던 그는 2006년 회사를 지인에게 맡기고 모교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마케팅학 교수로 변신했다. "월급을 안 받고도 할 만큼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조부의 말씀을 따랐다고 한다. CEO 자리를 포기하고 학교로 돌아오면서 수입이 턱없이 줄었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꿈과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의 창업을 돕는 것 만큼 재미있고 보람있는 일은 없다고. 한국계 미국인 아내와의 사이에 세 자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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