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금융 '시스템 재설계'…가계금융·부동산담보→미래성장성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 '혁신금융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시스템 재설계'라는 표현을 썼다. 금융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였다. 방향은 가계금융·부동산 담보 중심에서 '자본시장·미래성장성' 중심으로의 이동이었다.


물론 금융당국은 그동안에도 가계에 집중돼 있는 자금흐름을 기업으로 돌리기 위한 노력을 벌여왔다.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가계대출이 많은 금융회사엔 불이익을 줬다. 기술금융을 도입했고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들도 잇따라 내놨다. 성과도 있었다. 10%를 넘었던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5%대로 떨어졌고 지난해말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7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

그럼에도 아직 한국 금융이 시스템적으로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기에는 이르다. 새롭게 도입된 제도들을 시스템화해야 할 시점이란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우선 기업여신시스템을 전면 혁신키로 했다. 부동산 뿐만 아니라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 영업력 등 모든 자산과 미래성장성까지 감안한 여신심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는 우선 일괄담보제도를 도입한다. 현재의 동산담보대출은 기업이 보유한 기계, 제고, 채권, 특허권 등 자산종류별로 각각 담보를 설정하지만 일괄담보제는 다양한 이종(異種)자산을 한번에 평가하는 제도다. 올해 동산담보법 개정을 추진하고 법 개정시 곧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각종 인프라도 미리 개선한다.


내년에는 기술평가와 신용평가를 합친다. 기업여신심사시 현재는 신용평가를 기본으로 하고 기술평가를 부수적으로 활용한다. 신용평가를 통해 대출이 가능하면 기술력을 평가해 대출한도나 금리를 조정해 주는 구조다.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신용평가에서 대출이 거절되면 무용지물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기술평가와 신용평가를 통합한 여신심사모델의 유효성을 검증한 후 내년부터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도입키로 했다. 이어 2021년에는 기업의 모든 자산, 기술력, 미래성장성 등을 통합한 포괄적 상환능력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여신심사시스템 개선을 통해 앞으로 3년간 혁신, 중소기업에 100조원의 자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혁신금융의 또 다른 축은 자본시장이다. 혁신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선 자본시장을 통한 모험자본의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기업에 대해 대규모로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성장지원펀드의 동일기업 투자한도를 폐지한다. 현재는 펀드 규모의 20~25%까지만 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기업의 성장에 따라 연속적으로 투자하는 운용사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8조원 규모로 추진하던 8대 핵심선도산업 투자 규모는 15조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혁신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인 코스닥, 코넥스시장의 상장 규정도 손질한다. 전통 제조업을 기준으로 마련된 코스닥 상장기준은 바이오, 4차산업 등 업종별로 차별화하고 상장유지·폐지 기준도 업종별 특성에 맞게 고친다.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의 코스닥 특례상장을 활성화하고 코넥스 기업의 코스닥시장 신속이전 상장제도도 전면 도입키로 했다.

이밖에 전통산업을 영위하는 중소·중견기업의 사업재편을 위해 3년간 10조원, 유망서비스 산업에는 5년간 60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공급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