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리츠 실패' 홈플러스, '자필편지'로 내부 진화

직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임일순(왼쪽) 홈플러스 대표 /사진제공=홈플러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가 이례적으로 자필편지를 통해 임직원 사기진작에 나섰다. 올해 초 리츠 상장 실패와 지난해 반토막 난 실적 등으로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직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미래 경영 계획을 직접 전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7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임 대표는 최근 사내게시판을 통해 직접 자필로 작성한 A4 용지 4매 분량의 손 편지를 임직원들에게 전달했다. 그는 우선 보다 치열해진 경쟁을 강조했다.


임 대표는 "지난 7년 대형마트를 압박한 건 유통규제만은 아니다. 가장 정확히 바라봐야 했던 건 더욱 크게 변화한 경쟁구도였다"며 "수많은 온라인사업자, 일본보다 초밀도로 증가한 편의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지역 대형슈퍼, 지속 출현하는 전문점, 창고형 할인매장까지 전통 유통의 울타리는 허물어지고 전방위 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경영 과제도 언급했다. △창고형 할인매장과 대형마트의 특징을 융합한 '홈플러스 스페셜'을 확대 전개 △전국 각 점포가 지역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의 역할까지 수행해 차별화된 배송 경쟁력을 제공하는 '모바일 사업'에 전사적 집중 △미래 유통사업자의 절대적 역량인 '데이터 강자'가 되기 위한 결단과 몰입 등을 제시했다.

임 대표는 이 같은 노력을 통해 "(홈플러스는) 우수한 유통역량을 최대한 살려 낼 것이고, 다시 새로운 유통의 강자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의 자필편지는 최근 홈플러스의 부진한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14일 공개된 홈플러스의 2018 회계연도(2018년 3월~2019년 2월)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59% 감소한 1090억8602만원을 기록했다. 1년 사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매출액 역시 소폭 감소해 같은 기간 3.67% 줄어든 7조6598억2292만원으로 집계됐다.

홈플러스 측은 △전반적인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불황 △2개 점포(동김해점·부천중동점) 폐점 △기존 매장 16개 점포를 대상으로 ‘홈플러스 스페셜’ 전환 준비과정에서 공사기간 동안 발생한 일시적인 영업 공백 등을 실적 부진의 이유로 설명했다.

올해 초 리츠 상장 실패로 자금 유동성이 제한된 것도 경영 혁신에 직면한 홈플러스에게는 부정적인 요소다. 한국리테일홈플러스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홈플러스 리츠)는 지난 2월 28일~3월 13일까지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해외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 저조로 상장을 철회했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당초 계획했던 온라인 사업 강화와 홈플러스 스페셜 전환 가속화 등을 준비했던 홈플러스 입장에서 리츠 상장 실패는 아쉬울 것"이라며 "올해 역시 e커머스 업체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상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