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인도네시아은행' 뜬다…기업銀, 'IBK아시아벨트' 본격 가동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IBK기업은행 광고판이 설치돼있다./사진제공=IBK기업은행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 커다란 광고판 하나가 눈에 띈다. IBK기업은행이다. 'IBK아시아벨트'의 최전선인 인도네시아에 IBK기업은행의 진출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 말 현지 아그리스(Agris)은행과 미트라니아가(Mitraniaga)은행을 사들인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두 은행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를 마쳤다. 지난 11일에는 인도네시아 금융당국(OJK)에 합병을 위한 승인을 요청했다. IBK기업은행 설립 이후 최초의 해외 은행 인수합병(M&A)사례다.


IBK기업은행은 7월 말에서 8월 초 승인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 통상 승인에 30영업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승인 절차가 끝나면 8월 중 'IBK인도네시아은행' 출범식을 할 예정이다. 출범식에는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이 직접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자카르타에서 만난 박주용 IBK인도네시아은행 설립준비위원장은 "막바지 합병 작업이 진행중"이라며 "곧 IBK인도네시아은행을 출범한 뒤 하반기부터 영업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아그리스은행은 2억8900만원, 미트라니아가은행은 1억22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초기 인력 투자와 인프라 개선 비용 등에 따른 것이다. IBK기업은행은 합병은행이 올 하반기에는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IBK기업은행의 해외진출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일본 도쿄, 홍콩 등 국제금융센터와 중국, 베트남 등 국내 중소기업들이 집중적으로 나가 있는 지역 위주로 추진됐다. 김 행장이 취임한 2017년부터 전략 변화가 감지됐다. 김 행장은 취임 초기 'IBK아시아벨트' 구축을 경영 화두로 제시하며 신(新)남방 진출을 적극 이끌었다.

그 중심에 IBK인도네시아은행이 있다. IBK기업은행에게 인도네시아는 기회의 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올해 3월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마진은 1.71%포인트(p)에 불과하다. 반면 인도네시아의 같은달 기준 예대마진은 약 5%p에 달한다.

IBK기업은행이 인수한 아그리스은행과 미트라니아가은행은 인도네시아 전역에 각각 17개, 13개의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 아그리스은행은 소형은행(BUKU1)이지만 외환 라이선스를 보유해 현지에 있는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입 업무를 바로 지원할 수 있다. 미트라니아가은행은 수라바야 지점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지점이 자카르타에 있다.

박 위원장은 "점포 수는 작지만 인도네시아 주요 거점지역에 진출해 있는 아그리스은행의 전국망을 중심으로 미트라니아가은행의 자카르타 중심 영업망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2023년까지 현지 점포를 55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IBK기업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리테일 영업보다는 강점인 중소기업 영업을 통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매출액 100억원 이내의 중소기업이 타깃이다.

박 위원장은 "최우선순위인 기업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자카르타 인근 산업단지와 공단 위주로 점포를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소매 영업 부분은 기존 은행이 가지고 있는 소매금융 인프라와 함께 대출 기업의 근로자와 가족 중심으로 영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의 국내 기업은 물론 인도네시아 기업고객 확보에도 주력한다. 공단 제조업 중심인 자카르타, 항구 인근에 위치해 어업이 활성화된 수라바야, 팜오일 고무농장이 많은 메단 등 지역별 특성을 감안한 영업전략과 상품도 마련 중이다.

인도네시아의 금융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가 은행들에 부담이지만 IBK기업은행은 예외다. 오히려 인도네시아 당국의 기대가 크다. IBK기업은행은 두 은행 인수 후 당국과 30차례에 회의를 했는데, 이는 다른 은행들에 비해 이례적으로 많은 수치다. IBK기업은행이 인도네시아에서 펼칠 ‘동반자금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위원장은 "IBK기업은행은 해외 영업에서도 '동반자금융'을 강조한다"며 "단순히 돈만 벌러 해외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 은행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다른 은행들과 다른 점"이라고 강조했다.

본점의 지원도 큰 힘이다. 최근 현지 직원 12명을 한국 본점에 파견해 새로운 글로벌 뱅킹 시스템 도입 관련 IT전산 교육을 받게 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현지 지점 직원을 대상으로 시스템 교육을 진행할 강사 역할을 맡는다.

인도네시아는 '고젝'(GOJEK) '그랩'(GRAB) 등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단순 차량 호출 서비스를 넘어 청소, 음식 배달, 마사지 등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잡는 등 모바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이 인수한 두 은행은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없다. 이에 따라 IBK기업은행은 IBK인도네시아은행 출범에 맞춰 개발 중인 모바일뱅킹 앱을 9월 중 출시할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사회적 역할도 크다고 생각해 한국의 동반성장 모델을 인도네시아에 접목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며 "IBK기업은행이 인도네시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