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역설? 서울 아파트값 '들썩'

서울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꿈틀거리면서 집값 전망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대출규제에도 불구하고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가 속속 등장하면서 정부의 추가 대책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강남 '은마' 최고가 어깨까지=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대표적인 강남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8억9500만원(8층)에 실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최고가 20억5000만원(9월, 7층)에 1억원 이상 못 미치나 지난 2월초 16억6000만원(5층)과 비교하면 3개월새 2억원가량 올랐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전용 50.38㎡의 경우 지난 5월초 19억9000만원(5층)이 실거래되며 지난해 9월 기록한 이전 최고가 18억6500만원(5층)을 가쁜하게 제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개포주공1단지는 지난 4월말 사업시행 인가 3년이 넘도록 착공을 못해 거래가 안됐던 조합원 물량 일부가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는데 물량을 기다렸던 대기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일부가 이전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고 말했다.

은마 등 재건축 주요단지에서 이처럼 매수세가 붙으면서 강남구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6월 둘째주 강남구 아파트 매매값은 전주대비 0.02% 상승했다. 지난해 9·13 대책 발표 이후 10월 셋째주부터 줄곧 하락하다 34주만에 오른 것.


민간 통계 자료도 심상치 않다. 부동산114의 6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대비 0.01% 상승, 30주만에 상승전환했다. 부동산114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9주 연속 오르면서 주변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KB국민은행 서울 아파트 매수 우위지수는 지난 10일 52.2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최고치 171.6(9월3일)을 크게 밑돌지만 4월29일 38.1을 찍은 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중이다.

◇"규제의 역설… 거래량 미미, 추세전환 어려워"=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강남구를 중심으로 한 이 같은 상승이 강력한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재건축 규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규제 등으로 공급 위축 우려가 제기되면서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탄력을 받았고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에도 강남권 택지 공급이 거의 전무했다는 점에서 ‘강남불패’ 지지를 다졌다는 얘기다.

6월1일을 기점으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에 따른 매물이 쏟아져 가격 하락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매도 대신 증여가 증가해 ‘집값 바닥’ 인식을 공고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과 풍부한 유동자금, 대안 투자처 부재 등도 투자수요를 끌어안으며 집값 반등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부동산 규제와 경기침체 우려가 여전한데다 거래절벽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승전환으로 판단하기에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많은 규제가 오히려 강남 아파트 가치를 끌이올리며 나타난 규제의 역설”이라면서도 “거래건수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추세 전환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도 “시장이 잇단 규제에 둔감해진 반면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등 개발호재가 이어지면서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이에 집값이 움직이고 있다”며 “거래건수가 크지 않아 눈치싸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따라 강보합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집값이 움직이자 당정청이 잇따라 부동산 상승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과 다른 지역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강남, 재건축'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핀셋규제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제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당정이 부동산 문제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추가 부동산 대책 가능성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