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 비난에… 美 IT기업들 거액 기부·집짓기

지난 2016년 6월 2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시에서 한 노숙자가 구걸하고 있는 모습. 집값이 치솟으면서 집을 구하지 못하는 노숙자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사진=AFP.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IT대기업들이 자사 본부 인근 지역의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며 잇따라 기부를 선언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로그를 통해 자사 본부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만 일대의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10억달러(1조178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현재 상업용으로 지정된 7억5000만달러어치의 자사 부동산 자산을 주택 건설이 가능한 용도로 바꾸어 내놓을 예정이다. 또 이 부지에 저소득층과 중산층 용 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투자펀드를 설립해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구글은 이를 통해 총 1만5000호의 신규 주택을 짓고, 이중 최소 5000호는 저소득층·및 중산층 용 주택으로 할 계획이다. 이밖에 노숙자 및 주거 문제를 다루는 비영리단체에 5000만 달러를 기부한다.

피차이 CEO는 "(샌프란시스코만 일대에) 주택 신규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생활비가 오르면서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한 주택이 부족해졌다"며 "(주택 위기는) 이 지역의 해결이 가장 시급한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IT공룡들도 본사가 위치한 지역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앞서 페이스북을 포함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지난 1월 저소득층을 위한 신규 주택 건설을 위해 총 5억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사 본부가 위치한 시애틀 일대를 위해 5억달러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구글 역시 지난 몇 년간 관련해 1억8000만 달러를 기부해왔으며, 이번 발표를 통해 그 액수를 늘리게 됐다.

샌프란시스코만은 샌프란시스코시를 비롯해 수많은 IT 기업들을 유치한 팔로알토, 쿠퍼티노 등 '실리콘밸리' 도시들이 자리 잡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이 급성장하면서 많은 인력이 유입된 반면 주택 수는 크게 늘지 않아 집값이 치솟고 있다. 지난 8년 간 이 지역 일대 기업이 신규 채용한 인원은 67만6000명에 달하지만, 신설된 주택 수는 17만6000여개에 불과했다.

특히 실리콘밸리 도시들이 기업 유치를 위해 땅을 주거용보다는 상업용으로 구분하면서 주택을 지을 공간은 더욱 부족해진 상황이다. 현지 주민들은 치솟는 집값에 저소득층이 밀려나고 있다면서 기업들에게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해왔다.

구글의 이번 발표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모기업 알파벳의 연례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면서 "과거 주주총회에서 구글은 지역 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질타받았고, 올해는 사내 성추행 문제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 등을 놓고 더욱 거센 비판을 받을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비판을 일부 무마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