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압 케이블 국가핵심기술 지정…희비 엇갈린 전선업계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전선업계에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어 '500㎸급 이상 전력케이블 설계·제조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전력기자재로는 국가핵심기술에 지정된 첫 사례가 됐다.


국가핵심기술이란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국민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산업기술을 말한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당 기술을 수출하거나 해외 인수·합병시 정부에 사전 신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수출이나 인수·합병이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면 중지나 금지, 원상회복 조치를 명령할 수 있어 기업은 자율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

500㎸급 이상 초고압 전력케이블 제조기술은 국내에서 업계 1·2위인 LS (122,300원 ▼4,400 -3.47%)전선과 대한전선 (12,400원 ▼50 -0.40%)이 보유하고 있다. 지난 두 달여 간 전선업계는 초고압 전력케이블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를 놓고 양측으로 갈라져 몸살을 앓았다.


정부는 최근 대한전선의 중국 매각설이 불거지자 기술 유출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국가핵심기술 지정 추진에 나섰고 LS전선과 전선업계는 이를 환영했다. 그러나 대한전선은 이 기술이 국가핵심기술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두 차례의 전문위원회를 열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결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려는 당초 방침을 유지했다. 다만 산업부는 업계의 높은 관심을 의식한 듯 "'500㎸급 이상 전력케이블 시스템(접속재 포함) 설계·제조 기술'의 경우, 전기산업진흥회 등 전선업계가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요청하였고 일부 업체가 지정에 반대했다"고 언급했다.

산업부 박건수 산업혁신성장실장은 "핵심기술제도는 기업의 해외 매각을 제약하는 규제가 아니다"라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술이 해외로 무단 유출되는 것을 막는 소중한 기술보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LS전선을 비롯한 전선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중국으로의 핵심 기술 유출과 중국의 저가 공세 우려를 떨쳐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해당 기술이 핵심기술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대한전선의 매각 이슈는 부차적이고, 핵심기술에 지정된다고 해외매각이 아예 막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필요최소 범위' 요건을 충족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500㎸급 교류(AC) 전력케이블은 중국 13개를 포함해 세계 27개 업체가 보유하고 있다. LS전선 등 업계는 AC 전력케이블 기술을 토대로 초고압 직류(DC) 전력케이블 기술 개발이 가능하므로 이를 원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전선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대한전선은 2015년 IMM PE에 인수된 후 경영정상화 발판을 다져왔다. 이번 결정으로 인한 보안시스템을 구축 비용 등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향후 해외 투자와 매각에 제동이 걸려 회사의 성장 잠재력이 저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500㎸급 AC 케이블이 핵심기술 지정요건에 맞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시장 규모도 지난 9년간 전체 매출의 0.3%에 미치지 않고 성장성도 떨어진다"며 "이미 결정이 내려진 만큼 향후 사업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