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억만장자들 "세금 더 내게 해달라"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매니지먼트 회장./사진=AFP

조지 소로스 등을 포함한 미국 억만장자들이 '자신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라'며 부유세 도입을 지지하고 나섰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미국 억만장자 18명은 오는 2020년 미 대선 후보들에게 상위 0.1% 이상의 부자에 적정한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 18명에는 세계 3대 투자자 중 하나로 꼽히는 조지 소로스, 크리스 휴즈 페이스북 공동창립자, 하얏트 호텔 상속녀 리젤 프리츠커 시먼스,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의 딸 몰리 멍거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웹사이트에 공개한 서한을 통해 "새로운 세수는 미국의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이 아니라 가장 부유한 이들로부터 거둬야 한다"며 "미국은 우리의 부에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할 도덕적, 윤리적, 경제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유세는 기후 재난에 대처하고, 경제를 개선하며, 국민건강을 증진하고, 공평한 기회를 창출해 민주적 자유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부유세의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수백만명의 중산층 미국인들은 이미 재산세라는 형태의 부유세를 납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상위 0.1%에 부과하는 적정한 세금 부과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부의 주요 원천에 부유세를 물리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으나,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당·메사추세츠) 상원의원이 발의한 부유세 법안을 언급했다. 이 법안은 5000만달러(580억원) 이상 자산을 지닌 사람에게 연 2%의 세율을 부과, 10년 동안 2조7500억달러(약 3200조원)가량의 세수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한은 "부유세는 수백만의 미국 가정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데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과 해리스X가 지난 2월 실시한 공동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의 74%가 부유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응답자 중엔 공화당 유권자의 65%도 포함됐다.

민간연구조직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미국 상위 0.1% 자산가들은 미국 전체 부의 22%를 차지, 하위 90%와 동일한 부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1978년 0.1%가 미국 전체 부의 7%를 차지했던 데 비하면 최근 삼십여년 동안 부의 편중이 더 심화한 것이다.

이 서한에 서명한 부자 중 한 명인 몰리 멍거는 "이 나라의 미래를 굳건히 하기 위해선 우리처럼 가장 많은 혜택을 입은 사람들로부터 세수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