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부족' 대형건설사, 중소형 사업까지 눈독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호반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역세권청년주택 건설 현장. /사진=유엄식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한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신안빌라 재건축 단지 투시도. /사진제공=현대엔지니어링

일감이 줄어든 대형 건설사들이 중소형 규모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신규 일감 확보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은 가로주택정비사업, 역세권 주거형오피스텔 등 중소형 사업 수주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31,500원 ▼850 -2.63%)은 지난달 대구 중구 동인동에서 아파트 373가구와 오피스텔 85실을 짓는 ‘78태평상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동부건설 (4,825원 ▼55 -1.13%)과 경합한 끝에 수주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로나 공원으로 둘러싸인 1만㎡ 미만 면적에 20가구 이상의 낡은 주택을 재개발해 공동주택을 새로 짓는 것이다. 그간 중소 건설사들의 주된 일감이었다.

롯데건설도 같은달 대구 달서구 ‘달자01지구’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 지하 3층~지상 25층 아파트 565가구와 오피스텔 29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총공사비는 1407억원 규모다.

지난주엔 현대엔지니어링이 서울 강서구 마곡동 ‘신안빌라’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 지하 2층~지상 15층, 8개 동, 400가구 아파트를 새로 짓는 사업으로 총 공사비는 약 946억원이다.

대우건설 (3,605원 ▼65 -1.77%)은 가로주택정비사업과 빈집 재건축 사업을 위한 전담팀을 만들어 수주전에 본격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호반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역세권청년주택 건설 현장. /사진=유엄식 기자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대형사 반열에 오른 호반건설은 서울 역세권에 주거형오피스텔 형태로 공급하는 ‘역세권청년주택’ 시공권을 다수 확보했다. 2017년 수주한 삼각지역과 최근 수주한 불광역, 양재역까지 3개 사업장에서 약 3000억원 규모의 일감을 따냈다.

중소형 사업에 특화된 계열사를 키워 오피스텔 등 비주거 시설이나 중소형 정비사업 진출을 타진하는 곳도 있다. GS건설 (14,300원 ▼170 -1.17%)의 자이S&D가 대표적이다.

자이S&D는 분양 후 입주자 관리, 홈네트워킹 등 서비스업 중심에서 부동산 개발과 시공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 4월 서초구 ‘낙원·청광연립 가로주택사업’ 시공권을 확보했고, 마포구 ‘우석연립’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도 참여해 코오롱글로벌 (8,360원 ▼110 -1.30%), 동부건설과 경합하고 있다.

이 같은 대형 건설사들의 행보에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정비사업 물량이 감소하고, 주택경기 둔화 조짐이 보이자 대형사들이 인력 운용 차원에서 중소형 사업장 수주전에도 발 벗고 나섰다"며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면 브랜드 파워에서 밀리는 중소형 건설사들은 매출 감소 등으로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