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는 호황? 미국인 40% "경기 나쁘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지난 6일 미 로스앤젤레스시 할리우드 블러바드 거리에 한 노숙자가 숙면을 취하고 있다. /사진=AFP.

미국 경제가 호황이지만 절반에 가까운 미국인들이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거시경제지표는 좋아지고 있지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소외된 저소득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융전문정보업체 뱅크레이트가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1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9%가 미국 경제가 "좋지 않다" 또는 "나쁘다"라고 응답했다.

이는 설문에 참가한 경제 전문가들 9명 전원이 전부 경제가 "좋다" 또는 "훌륭하다"고 대답한 것과 상반된다.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 수준이며, 실업률도 1966년 이후 최저치다. 지난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 3.1%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0.4%를 기록했다. 거시경제지표는 경제 호황을 가리키고 있지만 미국인의 상당수가 이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미국 저소득층이 경제 성장의 혜택을 누리지 못해 이같은 설문 결과가 나왔다고 보고 있다.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의 줄리아 코로나도 금융학 교수는 설문에 대해 "경제지표가 가리키는 것에 비해 저소득층이 잘 살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라면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임금이 올라간다는 지표가 나오기는 했지만, 저소득층은 지난 수년 간 높은 실업률과 정체된 임금에 시달려왔다"면서 "임금이 고작 몇 푼 올랐다고 경제에 대한 그들의 부정적인 태도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미국인들의 주머니 사정은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50%가 자신의 저축 규모에 대해 불만족스럽다고 답변했다. 응답자의 28%는 모아둔 돈이 전혀 없다고 밝혔으며, 6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규모를 비축한 이는 응답자의 18%에 불과했다. 이는 뱅크레이트가 이 설문을 시작한 지난 2010년 이래 최저치다.

코로나도 교수는 "(미국에서) 저축은 사치"라면서 "저소득층이 호화롭게, 무책임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 청구서 내기에 급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