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활용 가격산정 위반" 감평협회, 혁신금융 제동거나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연립·다가구 주택의 시세 산출을 두고 감정평가사협회와 실거래가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생기업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주택 실거래가를 분석해 층별, 호수별 차이 값을 산출하고 이를 시세 산정에 적용한다는 것이지만, 평가사협회는 자격을 갖추지 않은 감정평가 행위라고 본다.

금융위원회가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을 거쳐 이들 기업을 혁신금융으로 지정,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평가사협회는 법적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감정평가사협회는 최근 법무법인으로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해 연립 다가구주택의 가격을 산정하는것이 감정평가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에 대한 법률 자문을 받았다. 금융위가 혁신금융으로 지정함으로써 서비스 출시를 앞둔 두 곳의 업체에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함이다.

두 업체가 연립·다가구주택의 실거래가를 활용해 시세를 산출하는데 이는 곧 감정평가나 다름없으며, 평가법인이 아닌 곳에서 시행할 경우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감정평가법)을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양 측간 갈등이 깊어진 시점은 지난 5월 금융위가 혁신금융 서비스 사업자 지정을 예고하면서다. 당시에도 감정평가사협회는 감정평가법상 위반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금융위는 국토부에 의뢰, 유권 해석을 거친 후 지난달 12일 최종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금융위 측은 "국토부에 의뢰한 결과 감정평가는 개별 평가인 반면 이들 기업은 다량의 시세를 만들어 제공하기 때문에 감정평가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받아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감정평가사협회 관계자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자료를 모으고, 이를 조정해 금액을 제시하는 것은 감정평가와 같다"며 "통계적인 방식으로 다량의 데이터를 제공했다고 감정평가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감정평가사협회는 유권 해석을 내린 국토부가 협회 측에는 공식 의견을 전달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혁신 금융으로 지정된 기업은 서비스의 목적이 개별 집값이 아닌 전체적인 시세 분석 툴을 마련하는 것이어서 감정평가와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진경 빅밸류 대표는 "시세가 제공되지 않는 빌라와 연립 다가구 주택에 개별 평가가 아닌 다량 평가를 통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뿐"이라며 "평가사에서도 평가법인이 아닌 별도의 자회사를 만들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다른 잣대를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