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서울의 베벌리힐스 강남, 스캔들로 얼룩"

25일(현지시간) BBC에 게재된 '강남 스캔들' 관련 기획기사. /사진=BBC 캡쳐

"경고: 이 기사는 성폭행 혐의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어 불쾌할 수 있습니다."

'강남 스캔들'이 BBC를 장식했다. 위 문구는 취재 내용을 본격적으로 풀어내기에 앞서 내건 경고문구다. BBC는 25일(현지시간) '강남: 케이팝의 놀이터를 뒤흔든 스캔들'이라는 제목의 A4 용지 10쪽 분량의 기획기사에서 승리와 버닝썬 사태로 드러난 성폭행·불법촬영이 만연한 강남 클럽의 현실을 전했다.

BBC는 강남을 "서울의 '베벌리힐스'로 묘사되는 곳"이라며 "화려하고 패션에 민감한 부와 지위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밤에는 최상류층과 유명인사의 삶을 동경하는 이들의 놀이터였다"고 덧붙였다. BBC가 인터뷰한 한 강남 클럽 단골은 하루 저녁에만 1만7000달러(약 2000만원)를 쓴 적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베벌리힐즈는 유명 영화배우나 사업가들이 모여 사는 호화 고급주택단지이다.


그러나 화려함의 이면에는 약물을 활용한 성폭행 범죄가 만연했다. BBC는 이들 클럽이 GHB(물뽕·무색 무취의 신종 마약)를 술에 타 여성 고객들을 성폭행하는데 일조했다고 전했다.

26일(한국시간) BBC 사이트 상단에 위치한 '강남 스캔들' 관련 기사. /사진=BBC 캡쳐

한 유명 강남 클럽의 전 호스트는 "한 VVIP는 의식 잃은 여성들을 탐하는 정신 나간 성욕으로 유명했다"며 "한번은 내게 2명의 만취하거나 의식 잃은 여성들을 데려오라 했다"고 말했다.

BBC는 클럽들이 고객들의 욕망 충족을 위해 'MD'라 불리는 호스트를 고용했으며, 이들이 수상쩍은 역할을 수행했다"고 표현했다. 한 여성 MD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아름다운 여성들과 관계를 쌓아 무료 입장이나 음료 제공 등을 통해 클럽에 데려오는 역할을 맡았다.


MD들은 미모의 여성 고객 명단을 가지고, 이들이 VIP 남성 고객과 술을 마시도록 부추겼다. 주류 매상의 13~15%는 MD들이 챙겼고, 고객만 잘 만나면 한 달에 2만달러(약 2300만원)의 돈을 벌기도 했다. 한 MD는 "돈을 많이 주는 고객을 붙잡으려면 매력적인 여성을 공급해야 했다"고 말했다.

성매매 알선 및 자금 횡령,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승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유치장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미성년자 성매매도 횡행했다. 강남 성폭력 사태에 목소리를 내온 주원규 목사는 "알선업자 등이 가출 청소년에게 2~3년만 일하면 배우나 연예인이 될 수 있다고 꼬드기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는 성형수술을 약속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클럽에서 일하는 여성 중 가장 어린 나이는 13살"이라고 덧붙였다. 주 목사는 실종된 가출청소년을 찾기 위해 2016년 강남 클럽에 6개월간 위장취업 한 바도 있다.

영상 촬영도 이뤄졌다. BBC가 전화 통화로 인터뷰한 한 여성은 16세에 클럽에 일하러 발을 들였다. 그는 "우리 같은 애들을 촬영해서 포르노를 만들었다"며 "난 마치 영상 촬영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해야 했다"고 전했다.

BBC는 "한국 사회에서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성 거래 산업은 횡행하며 이는 한해 130억달러(1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며 "성매매를 원하는 이들에게 매춘 여성이 부족했던 적은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