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살롱]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후 줄사표 없는 이유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 차량에 오르고 있다./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렬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23기)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검찰의 기수 문화 덕에 줄사표가 예상됐다. 하지만 열흘이상이 지난 지금, 아직 사표 행렬은 보이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내달 8일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윤 후보자는 바쁘게 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기수 문화는 남다르다.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명되면 그의 동기와 선배 기수들은 한꺼번에 사표를 제출하곤 했다. 윤 후보자의 선배 동료 기수 등을 합하면 30여명에 이르기에 이들이 한꺼번에 물러나는 것으로 화제가 됐다. 이에 이들이 줄사표를 내면 검찰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의를 표명한 간부는 봉욱 대검 차장(54·19기), 김호철 대구고검장(52·20기), 송인택 울산지검장(56·21기) 등 세 명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먼저 청와대와 법무부의 의도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윤 후보자를 지명해 파격적으로 기수 파괴 인사를 한 것부터 이런 기수 문화를 없애려는 의도가 담겼단 것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조직문화 쇄신 차원에서도 그런 기수 문화를 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을 그만두고 나면 변호사로 개업해야 하는데, 현재 변호사 업계가 쉽지 않다는 것도 검사들이 사퇴를 망설이는 요인 중 하나다.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관련 법은 퇴임지 관할에서 1년 동안 사건 수임을 금지하고 있다. 게다가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3년 동안 연간 매출액 100억원 이상 로펌에 취업할 수 없다는 규정도 있다.

이러한 규정에 더해 한 번에 여러 검사들이 옷을 벗는 지금 상황에서 본인의 희소성이 약해지는 것도 문제다. ‘전관’을 모셔가려는 로펌의 경쟁도 이들의 숫자가 많아 분산될 수밖에 없고 그만큼 대우가 눈에 차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아직 시기에 이르지 않았을 뿐 검사들의 기수 문화는 여전하기에 줄사표가 나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예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사례 때문이다. 천 후보자 당시 선배와 동기들이 다 옷을 벗었지만 정작 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낙마했다.

이런 선례 때문에 사표를 낼지 말지 고심하는 인사들도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국회가 반대한다고 해도 청와대에서 검찰총장을 지명할 수 있긴 하지만 아무도 몰랐던 커다란 문제가 갑자기 청문회에서 등장한다면 만에 하나 윤 후보자가 낙마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해석이다.

이렇게 된다면 윤 후보자의 청문회 내용이 중요해진다. 이제까지 등장한 의혹들은 상대적으로 파괴력이 약한 가운데 어떤 의혹이 제기될지 관심이 쏠린다. 만약 예상되는 것처럼 별 큰 문제 없이 청문회가 진행된다면 청문회가 진행된 후부터 윤 후보자의 취임 전까지의 기간에 사표가 집중될 전망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윤 후보자가 23기긴 하지만 나이가 많고 검사들의 실제 친분 등을 고려해 모든 선배기수가 사표를 쓰진 않을 것”이라며 “간부들 가운데 22기는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윤 후보자의 이번 청문회에선 검찰 개혁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 이제껏 해온 적폐 수사 관련 내용, 본인과 배우자 등을 포함한 60억대 재산 관련 부분이 청문회를 장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후보자는 예상되는 질문을 철저히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회가 동의하지 않아도 총장 임명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