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사회운동 돕던 대학생, AI 미래교육 전문가로

임완철 성신여대 교수(46)./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는 공교육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도구'입니다."

최근 교육 당국에 바쁘게 불려다니는 교육학자가 있다. 국내에 몇 없는 미래교육 전문가로 꼽히는 임완철 성신여대 교수(45)다. 임 교수는 교육과 기술의 중간에서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거의 유일한 학자로 최근엔 서울교육청 미래교육 정책자문관을 맡았다.


교육은 한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에 대한 부분인 만큼 다른 분야보다 보수적이다. 새로운 기술의 적용과 혁신이 느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 십년 동안 정제되고 검증된 것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반면 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전문적 영역인 교육에 깊게 파고들어 가기 힘들다.

임 교수는 본래 생물과 환경에 관심이 많은 교육학도였다. 버스도 서지 않는 산골에서 태어나 강릉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사범대에 진학했다. 그러던 중 대학교 3학년이 되던 때 사회환경 운동가 그룹에서 PC통신을 처음 접하고 기술의 매력에 푹 빠졌다. 기술을 활용해 사회운동과 노동운동을 지원하기로 마음먹었고, 처음으로 홈페이지라는 것을 만들었다. 기술을 활용한 정보의 확산 가능성에 주목했던 것.

임 교수는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던 시절이었는데 다양한 사실과 정보들을 빠르게 공유하면서 이슈파이팅을 지원하고자 플랫폼을 만들었다"며 "4~5명이 전세금과 월세금을 끌어모아 서버를 샀고 전기요금이 폭증해 한전 직원이 찾아오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임 교수는 다시 한 번 기술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AI로 공교육에서 실현 불가능했던 1:1 맞춤 교육을 진행하고 빅데이터로 잠들어있는 교실을 깨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예컨대 AI를 기반으로 한 영어 말하기 학습 플랫폼을 만들어 맞춤 말하기 듣기 학습이 가능하다. 또 코딩을 기계적으로 배우기보단 다양한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가공하며 사회의 문제를 확인하고 이를 풀기 위해 기술을 배우는 식이다. 방학을 활용해 아두이노(마이크로컨트롤러해 디지털 장치를 만들 수 있는 오픈 소스 컴퓨팅 플랫폼의 일종)를 대체할 학습용 기판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임 교수는 "AI 영어 학습 플랫폼을 구축하면 아이들은 원할 때마다 소환할 수 있는 나만의 원어민 강사를 가질 수 있다"며 "공교육에서 비용 문제로 불가능했던 것들을 실현하고 아이들의 가능성을 살려주는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AI의 사고방식이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AI가 아이들을 분석해 한 아이를 규정했을 때, 얼마만큼 신뢰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

또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선 그만큼 아이들의 정보가 활용돼야 하는데 이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가 발기인으로 참여한 정보인권연구소 설립 이유기도 하다.

임 교수는 "우리는 아직까지 AI를 통제할 수 없고 AI가 어떤 사고를 해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AI 내부가 '블랙박스'로 불린다"며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만큼 AI를 교육의 중심에 두기보다는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도구 중 하나로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