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지난해 한국서 1.8조원어치 팔렸다, 불매운동 올해는?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지난 1년간 한국에서 총 1조8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거둔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하반기 판매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경색되자 국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잇따르는데 따른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한국토요타자동차, 혼다코리아, 한국닛산의 2018 회계연도(2018년 4월1일~2019년 3월31일) 총 매출액은 약 1조8755억원이다. 이 숫자는 지난 12일 각사가 공개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집계됐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일본차는 수입차 시장에서 친환경차 '하이브리드' 차종을 앞세워 외형 성장을 이뤘다. '디젤 게이트'로 주춤한 독일차 브랜드의 자리를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세운 일본차들이 일부 채웠다는 분석이다.

렉서스와 토요타 브랜드를 판매하는 한국토요타자동차를 중심으로 판매액수가 늘어났다. 한국토요타자동차의 2018 회계연도 매출액은 1조1976억원으로 1조490억원이었던 전년에 견줘 14.1% 늘었다. 영업이익도 682억원으로 전년(608억원)에 비해 개선됐다.

대표적 하이브리드 차량인 렉서스 ES300h는 올상반기 4915대가 팔려 단일 차종 판매 3위에 올랐다. 지난달 기준 하이브리드 차종 판매 순위에서도 상위 10개 차종 중 8개 차종이 일본차였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혼다코리아 매장 모습. /사진=김휘선 기자

혼다코리아도 2018 회계연도 매출액이 4673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00억원 가량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196억원으로 전년(50억원)에 견줘 거의 4배 가량 증가했다. 혼다코리아의 경우 지난달 이지홍 신임 대표를 선임하며 체제를 정비했지만 악재를 맞게 됐다.

한국닛산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주력 모델에 하이브리드 차종이 없는 등 지난해 부진을 겪으며 2018 회계연도 매출액이 전년보다 25.6% 줄어든 2106억원이었다. 영업손실도 140억원에 달했다.

최근 일본차 불매운동 목소리에도 타격을 입었다. 한국닛산은 오는 16일로 예고한 신형 알티마 출시행사를 5일 전인 지난 11일 취소했다. 회사 측은 "내부 사정으로 취소됐다"고 했지만 일본 제품에 대한 여론 악화가 대외 마케팅 활동 자제로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닛산 뿐 아니라 일본차 업체들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높아진 모양새다.

자연스럽게 이달부터 기준이 되는 하반기 판매 분위기에 우려가 커졌다.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탔지만 불매운동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추후 판매량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국내 수입차 업계 1, 2위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도 친환경차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하이브리드 차종의 대체재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구매에는 큰 돈이 들어가므로 불매까지 연결되려면 여러 요소가 고려될 것"이라면서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소비자들이 국산 또는 다른 국적 자동차 브랜드로 전향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