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환율전쟁' 시작한다" 월가의 경고

/사진=로이터통신.

월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율전쟁'을 시작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잇단 경고음을 내고 있다. 미국이 직접 환율시장에 개입해 의도적으로 달러가치를 낮추는 초강수까지 둘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CNN과 CNBC에 따르면 이날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의 요하임 펠스 고문은 보고서에서 현상황을 "환율 냉전의 막이 올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대통령이 약달러에 대한 관심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이는 정부가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환율 전쟁 전면전'으로 치닫을 가능성까지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강달러 현상에 불만을 자주 토로하는건 2020년 대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미 제조업지대 '러스트벨트'가 강(强)달러 현상으로 해외 무역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과 유럽 등이 환율조작을 일삼고 있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난을 퍼부어 왔다. 지난 5월에는 달러대비 자국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국가에는 관세로 보복하겠다고 밝혔고, 지난달에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려 미국이 피해를 본다고 비난했다. 지난 3일에는 트위터에 "유럽과 중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미국과 경쟁하려 한다"면서 "미국 또한 이에 맞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도 환율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는 것이다. 월가에서는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인 1995년부터 지속해 온 강달러 정책을 폐지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으로 꼽고 있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투자자들에게 "환율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트럼프 정부가 강달러 정책을 버린다고 공식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달러화 가치가 최대 10% 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 재부무에 보유 달러를 팔라고 명령하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를 동원하는 등 환율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초강수를 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미국의 직접적인 환율 개입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투자 노트를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으로 무슨 조치든 가능하는 인식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줬다"고 밝혔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환율 시장에 직접 개입할 경우 현재 하루 약 5조달러 규모의 달러화가 거래되는 세계 외환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환율전쟁을 시작하면 다른 나라들도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트려 보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캐피터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 가치 하락은 중단기적으로는 미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입품 물가 상승 등으로 미국 기업과 가계의 구매력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