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남편에게 준 마지막 선물, 정규직 전환"

2017년부터 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고 직장에 대한 자부심을 드높였다. 17일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공공부문 정규직전환 수기공모전 시상식에서는 고용불안정을 극복한 덕분에 삶의 계획까지 새로 새우게 됐다는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수기부문 대상을 받은 국민연금공단 상담원 박선영씨는 2012년 기간제로 입사한 이래 지난해 초까지 10개월 일하고 재입사하길 반복했다. 봄에 입사해 겨울이면 퇴직금도 없이 회사를 떠날 때마다 내년에도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날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금융권에서 퇴직한 뒤 동네 영세업체에 재취업한 남편은 위암 판정을 받았다. 박씨는 지난해 2월 정규직전환 시험에 붙은 뒤 남편이 누운 병상으로 찾아가 "국민연금공단 정규직원에 합격했다"고 전했다. 말 없이 눈물만 흘리던 남편은 그로부터 두달 뒤 세상을 떠났다.

박씨는 "남편은 떠났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돼 막내가 대학에 갈 때까지 일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정부의 좋은 정책이 제게 희망과 기쁨이 된 것처럼, 어려운 처지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그 혜택이 전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여사님으로 불리지 않고, 당당한 주임으로서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4년의 비정규직 생활을 끝내고 정규직이 된 자신의 입장을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내 영상부문 대상을 받은 국립무형유산원의 라경채씨는 "정규직 전환이 결정되자마자 아내한테 전화해서 제일 처음 한 말이 '이제 나 안짤려'였다"며 "지금까지 자녀 계획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던 아내가 자녀 계획을 세우자는 말을 꺼냈다"고 전했다. 라씨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은 우리 사회가 겪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정규직 전환 이후 근로의욕과 애사심이 높아졌다는 이들도 많았다. 세종시청 청소직 김이진씨는 "정부의 이러한 결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9년간 도로공사 외주 순찰반으로 일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오상범씨는 "먹고 살기 급급했던 과거와 달리 공기업 구성원이 되면서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게 돼 군생활 이후 처음으로 헌혈에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날 수상식에서는 수기 7점, 영상 6점 등 총 13점에 대해 시상하고 총 660만원의 상금을 지급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에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전환자들이 소감을 나눴다.

이 장관은 "지난 2017년 7월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한 이후 2년 동안 약 18만3000명을 전환 결정하고, 그 중 14만명을 실제 전환하는 등 정규직 전환 정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정규직 전환 이후의 처우도 관계 부처와 협력해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이후 대상자 평균 연봉은 2393만→2783만원으로 16.3% 늘었다. 전환자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3.93점인데, 고용안정 부문에서 4.34점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이 장관은 "공공부문부터 상시 지속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관행이 자리잡도록 하고 이를 민간부문으로 확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