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회사 만들어 알바생 번역시키고 수천만원 떼먹은 50대

피의자 김모씨(53)가 실제 인터넷 구인구직사이트에 번역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며 올린 글.(종암경찰서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가상의 번역회사를 내세워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 뒤 번역을 시키고 번역료를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1년여 간 모두 2290만원 상당을 편취한 50대 남성이 검거됐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26명에게 모두 221회에 거쳐 번역료 2293만3000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상습사기)로 김모씨(53)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8년 5월부터 올해 7월 초까지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번역회사를 운영하는 것처럼 허위의 정보를 올려 번역 아르바이트를 모집했다.

가짜 회사를 통해 다수의 번역회사로부터 번역을 의뢰받은 김씨는 모집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영한번역 1장당 7000원, 한영번역 1장당 8000원의 조건으로 번역을 시켰다.

이후 번역본을 받아 번역회사에 남품하고 번역료도 지급 받았지만 실제 번역을 한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중간에서 모두 가로챘다. 특히 다음에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등의 수법으로 한 사람이 여러 번에 걸쳐 약 50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


김씨는 2014년부터 이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시작해 2018년 5월부터 집중적으로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 과정에서 지속적인 범행을 위해 아이디와 이름을 여러 번 바꾸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용돈을 벌기 위해 일본어 번역을 했다는 취업준비생 피해자 A씨는 "처음에는 3000원짜리 저가 번역을 했었는데 한 달이 지나도 돈이 안 들어왔다"며 "이야기를 했더니 수수료 부담 때문에 안 보냈다며 다시 13만원짜리 고가 의뢰를 해서 이상하긴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번역을 해오라는 기간도 굉장히 짧았다"며 "말도 안 되는 금액에 새벽까지 작업을 했는데 정당한 대가를 못 받은 것에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김씨에게 당한 피해자 대부분은 A씨와 같은 젊은 취업준비생이나 대학생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초 신고한 피해자를 상대로 상담 중 또 다른 피해자가 다수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 신속하게 수사해 착수해 지난 1일 지방의 한 원룸에 숨어 인터넷을 통해 상습적으로 범행을 이어가고 있던 김씨를 검거했다. 이후 9일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시인하고, 편취한 금액 대부분을 생활비 내지 유흥비로 썼다고 진술했다. 또 범행 동기와 관련해서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해 번역 아르바이트 구직을 할 경우 번역회사가 실제 결제하는지 여부 등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며 "사후 임금 미지급 등 분쟁 발생 시 쉽게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미리 계약서를 작성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피의자 김모씨(53)가 피해자와 나눈 대화 일부.(종암경찰서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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