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화재 알고보니… '전손 부활'·'튜닝'이 문제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BMW가 EGR 모듈 리콜(결함 시정)과 관련 서울 시내의 한 서비스센터에서 정비사가 차량을 정비하고 있다. 자료사진./ 사진=김창현

국내 차량 화재 사고의 상당수가 전손 부활 차량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것으로 나타나, 관계 당국이 조속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손 부활 차량이란 심각한 사고로 차량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폐차해야 하는 차량을, 일부 업자들이 수리해 외관상 하자가 없어 보이게 만든 뒤 중고차 시장에 불법 유통하는 것이다. 시민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17일 BMW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5년여간 발생된 화재 원인을 유형별로 자체 분석한 결과, 원인 미상을 제외한 화재의 약 70%가 △전손 부활 △외부 수리 △엔진 튜닝 △외부 장착물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화재였다.

실제 해당 사례들은 제품 결함으로 인한 화재가 아니라 무분별한 튜닝, 저가형 비정품 부품 사용, 비공식 서비스 업체에서의 잘못된 수리로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총 71건의 외부 수리 및 외부 장착물로 인한 화재를 유형별로 들여다보면 △블랙박스와 보조배터리 등 외부기기를 잘못 설치하면서 발생한 화재가 36건 △수리를 통보했으나 수리를 하지 않은 채 운행하다 화재가 발생한 경우 및 고객 부주의가 16건 △전손 부활, 잘못된 외부 수리 및 비인가 부품 사용으로 인한 화재가 19건에 달했다.

특히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전손 부활을 비롯한 차량 임의수리로 인한 화재가 2015년 이후 3년간 약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국토교통부가 시급히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토부는 지난해 4월부터 '폐차이행 확인제'를 시행하긴 했다. 이 제도는 보험사가 전손 처리한 차량을 폐차장에 넘기면, 정부가 해당차량을 직접 관리해 폐차장이 실제 폐차 처리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 시행 전 이미 시장에 유통돼 운행 중인 전손차량에 대한 대책이 없어 불안 요소가 남아있다.

또 '자차 보험' 처리를 하지 않고 자체 비용으로 수리한 침수차나 사고차량의 경우 카히스토리 사이트 등을 통한 사고 유무 확인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심각한 차체 손상을 겪은 전손처리 부활 차량은 언제 다시 사고가 나도 이상할 게 없는 '도로 위 시한폭탄'과도 같다"며 "중고차 거래 활성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미 도로 위를 달리는 전손 부활 차를 포함하는 보다 강력한 정부 규제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1년 전인 지난해 7월부터 발생한 'BMW 차량 연쇄 화재 사고'의 리콜 이행률은 95%를 넘어섰다. 민관합동조사단은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밸브 설계 결함이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BMW는 총 17만여대 차량의 부품을 수급, 리콜 작업을 신속히 마쳤다. 리콜 이후 EGR로 인한 화재는 아직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