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문닫아야해서"…'새벽배송' 바라만 봐야하는 마트업계

신세계 쓱닷컴 김포 온라인물류센터. 이마트는 새벽배송 물량을 이곳에서 처리한다. /사진=임한별기자

새벽배송이 유통시장의 최대 격전장이 되고 있지만 대형마트들은 규제에 발목을 잡혀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e커머스와 공정경쟁을 위해 새벽배송만이라도 허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4000억원에서 올해 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날 밤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에 배송해 주는 새벽배송은 수 년전만해도 틈새서비스였지만 2015년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이 등장한 이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1·2인가구, 맞벌이 가구의 증가에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하면서 번거로운 마트 장보기를 줄이고 개인시간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다. 최근 수년새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역성장하는 것은 새벽배송을 앞세운 쿠팡과 마켓컬리 등 e커머스 진영의 공세가 거세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대형마트들은 여전히 이 시장에서 배제돼있다는 점. 유통산업발전법 상 영업규제 때문이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를 명분으로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월 2회, 격주 일요일 문을 닫아야한다. 뿐만 아니라 영업시간 규제도 있어 마트는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밤 12시 이전에 문을 닫아야한다.

이 때문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전국 각지에 산재해있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420여곳으로 각각 PP(Picking&Packing)센터를 통해 온라인으로 고객주문을 받으면 직원이 직접 장보기를 대신해 물건을 보내준다. 당일 오전에 주문받으면 오후에 보내주는 당일배송은 가능하다. 그러나 야간에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새벽배송은 마트 영업시간 규제로 불가능한 것이다.


대형마트 업계는 최근 우회적으로 새벽배송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e커머스 전문법인인 쓱닷컴을 세우고 김포 온라인전용물류센터 통해 지난달부터 새벽배송에 나섰다. 롯데쇼핑에서는 롯데슈퍼가 온라인전용물류센터를 세워 새벽배송을 시행한다. 하지만 아직 초기단계로 처리 물량이 많지않다. 실제 이마트의 경우 처리가능 물량의 한계 때문에 새벽배송 주문은 하루 3000건으로 제한한다.



온라인물류센터가 없는 홈플러스의 경우 마트에서 직접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만큼 새벽배송이 불가능하다. 홈플러스는 최근 신선식품 당일배송 물량을 집중 처리하기위한 '풀필먼트센터'를 인천 계산점에 오픈하고 이같은 센터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나 마트영업 규제 때문에 새벽배송은 못하고 있다.

【춘천=뉴시스】박종우 기자 = 강원 춘천시 온의동의 한 대형마트에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2018.09.22.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업체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e커머스의 경우 시간대나 요일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데 반해 대형마트라는 이유만으로 족쇄가 채워진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새벽배송이 주로 이뤄지는 신선식품은 대형마트가 가장 강점을 가진 분야다. 집근처 마트에서 바로 새벽배송이 가능해지면 신선도가 높은 식품을 대형마트의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고객과 업체 모두 이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영업부진을 타개할 해법이 될 수도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달라진 소비트랜드를 보여주는 사례인데 오프라인 마트라는 이유만으로 못하는 것은 과잉규제"라면서 "대형마트 업황부진이 심각해 e커머스와 공정하게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치권에 수차례 호소했지만 법개정이 어렵다는 답만 돌아온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