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쓰레기 불법매립했어도 수거할 의무 없어"

서울 서초동 대법원.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지방자치단체가 쓰레기매립장 인근에 불법으로 쓰레기를 파묻었더라도 해당 토지를 원상복구할 의무는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불법 쓰레기 매립으로 인근 땅 주인이 손해를 입긴 했지만, 쓰레기가 묻혀있다고 해당 땅 주인의 소유권이 침해됐다고 볼 순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장모씨가 경기 김포시를 상대로 낸 매립물 제거 등 청구소송에서 '김포시는 장씨 땅의 쓰레기매립물을 모두 수거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쓰레기 매립으로 토양이 오염된 상태는 과거 김포시의 위법한 쓰레기매립행위로 인한 결과로 토지 소유자인 장씨가 입은 손해에 불과할 뿐"이라며 "생활쓰레기가 현재 장씨 소유권에 대해 별도 침해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없어 방해배제청구는 인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토지 지하에 매립한 생활쓰레기가 현재도 계속 존재하는 이상 장씨의 방해배제청구권은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씨는 김포시가 1984~1988년 쓰레기매립장으로 쓴 곳과 경계를 같이하는 토지에 대해 2010년 7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해당 토지 굴착에서 비닐·건축폐기물 등 쓰레기가 층을 이루며 묻혀있는 사실을 발견한 장씨는 김포시를 상대로 무단 매립한 쓰레기를 치워 토지를 원상회복하거나, 원상복구에 드는 비용 1억5346만여원을 달라고 2014년 10월 소송을 냈다.

1심은 "과거의 쓰레기 무단매립이 장씨의 현재 소유권에 별도의 침해를 지속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비용 청구에 대해서도 김포시의 불법행위가 1988년께 끝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10년)가 완성됐다"고 배척했다.

반면 2심은 "매립한 쓰레기가 토지 지하에 계속 있는 이상 김포시는 장씨 소유권을 현재 방해하고 있다"며 "쓰레기를 타인 토지에 무단매립한 자는 쓰레기 수거의무를 분담한다고 보는 게 사회의 건전한 상식"이라고 1심을 깨고 장씨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매립된 쓰레기가 현재 장씨의 소유권을 침해하고 있는 건 아니라며 장씨의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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