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한복판에 '노 재팬' 깃발…"너무 나갔다" vs "시의 적절"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의 시중은행과 환전소의 모습./사진=뉴스1

서울 중구청이 명동을 포함한 중구 전역에 '노 재팬(No Japan)' 배너기를 설치하기로 해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중구 측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만큼 전 세계에 일본의 부당함을 알리겠단 취지이지만, 이로 인해 외려 명동 상인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구는 15일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아 태극기와 함께 일본제품 불매와 일본여행 거부를 뜻하는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 :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배너기를 가로변에 설치한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퇴계로·을지로·태평로·동호로·청계천로·세종대로·삼일대로·정동길 등 관내 22개로에 태극기와 노 재팬 배너기 1100개가 가로등 현수기 걸이에 내걸릴 전망이다. 사실상 중구 전역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중구는 일본의 부당함을 알리려는 취지라 설명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중구는 서울의 중심이자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오가는 지역"이라며 "전 세계에 일본의 부당함과 함께 이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론은 곱지만은 않다. 우선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일본 불매 운동에 지자체까지 나서서 대응하는 건 과잉이란 지적이다. 직장인 박정훈씨(29)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감정적으로, 무절제하게 흐르지 않도록 시민들이 나서서 잘 조율하고 있다"며 "지자체까지 나서서 노 재팬 깃발을 꽂겠다고 하는 건 너무 나간 처사"라고 비판했다.


피해를 보는 게 일본이 아니라, 명동 상인들이란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김상현씨(34)는 "한국에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최대한 많은 소비를 해줘야 좋은 것인데, 누구 좋으라고 이런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피해는 정작 명동에 있는 한국 상인들이 보는 것 아니냐. 생각이 짧은 행정 같다"고 꼬집었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5)도 "한국에 오는 일본인을 왜 적대시하려는 건지, 그래서 얻는 게 뭔지 의문"이라고 했다.

반면 일부 찬성하는 측에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이 문제가 있는만큼, 시의적절하게 알리는 것이란 주장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제품 불매가 감정적으로 흐르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는 "한국에 와 있는 일본 여행객에 대해 인격 모욕이나 테러, 이런 식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감정적으로 했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