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20년→세무사 "IMF때 사장님들 공짜로 도와줬더니…"

원경희 제31대 한국세무사회장 / 사진제공=한국세무사회

"세종대왕의 '애민(愛民)'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들을 더욱 잘되게 돕고 잘 살게 돕는 지도자로서 국민들로부터 존중받고 사랑받는 전문자격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국 1만3000여명 세무사의 권익을 대변하는 한국세무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원경희(사진·64·조은세무법인 대표) 회장은 자타공인 '세종대왕 전도사'다. 백성들이 잘 살고 국가 경제가 나아지기 위한 정책을 펼친 세종대왕처럼 세무사도 애민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조세공무원 20년 , 세무사 23년, 민선시장 4년 등 그가 거쳐간 대부분의 자리는 소통능력이 중요했다. 민원인과 납세자를 상대할 때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형편을 제대로 살펴야 했다. 그가 세종대왕 애민정신에 집중하는 이유다.

원 회장은 "어렵고 힘들 때의 도움은 반드시 기억에 남아 당장의 이익보다 더 큰 결과로 돌아오게 된다"고 했다. 1996년 20년 국세청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세무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던 시기를 떠올렸다. 세무사로 활동한 지 2년도 안돼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가 터졌다.

그는 "당시 큰 적자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 사장님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잘못된 세금으로 곤란을 겪지 않도록 도와줬다"며 "사업을 접는 판국에 수수료낼 돈이나 제대로 있었겠나. 무료로 도와준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랬더니 2~5년이 지난 후에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며 찾아왔다"며 "진심이 곧 신뢰라는 걸 알게됐다"고 했다.


바람직한 세무사상도 이러한 애민정신에 기반해야 한다고 본다. 원 회장은 "세무사 자격은 일종의 사회적 '특혜'일 수 있다"면서 "국민 모두가 잘 살고, 잘 될수 있도록 돕는 가슴이 따뜻한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감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존중받는 세무사상을 정립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원 회장은 세무사회의 사회공헌활동에도 지극한 관심을 쏟고 있다. 재단법인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 활동이 대표적이다. 세무사회공익재단은 세무사를 지원하기 위한 재단이 아니다. 형편이 어려운 우리사회 저소득층 등의 이웃에게 생활비와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겠다는 취지로 2013년 설립했다.

원 회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세무사들도 이웃과 함께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임기 중 공익재단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에 좀더 힘을 실을 계획"이라며 "인도적 차원에서 국제구호활동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31대 세무사회장으로 취임한 원 회장 앞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당장 변호사의 세무대리업무 허용 여부가 최대 현안이다. 지난 8월 기획재정부는 변호사의 세무대리업무 일체를 허용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 개정안이 시행면 2004~2017년 사이에 변호사가 돼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은 1만8000여명의 변호사들이 잠재적으로 세무대리 시장 진입이 가능해진다.

회계학과 세법 관련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변호사에게 아무런 검증 절차 없이 세무대리 시장에 진입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세무사회의 입장이다.

원 회장은 "로스쿨 변호사 시험에서 조세법을 선택한 비중은 2.2%에 불과하고 그 이전인 사법시험 시절엔 1%도 안됐다"며 "세무대리는 정확한 세액을 산출해야 하는 조세의 특성상 회계와 세법에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데 회계학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변호사에게 단순하게 교육만 이수한 것으로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4월 변호사의 세무사법이 위헌판결을 받은 만큼 일정수준 업역을 개방해야 하는 상황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법률사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회계관련 고도의 지식이 필요한 회계장부작성(기장대리)나 성실신고확인 업무는 개방할 수 없는 분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