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던지고 때리고…엄마 두번 울리는 '정부 서비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자거라 자, 이놈의 XX. 왜 못 자냐."

산후도우미 A씨(59)는 태어난 지 25일 된 신생아를 향해 욕설을 뱉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A씨는 아이를 '퍽퍽' 소리가 날 만큼 때리고, 침대에 눕힌 채 좌우로 심하게 흔들었다. 아이를 거칠게 돌아 눕히고 번쩍 들어 올렸다가 다시 눕힐 때는 침대에 툭 던지기까지 했다. 이에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음을 터뜨렸다. 이 모습은 아이 부모가 설치한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한 달도 안 된 신생아에게 가해진 학대 행위에 공분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A씨가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성검사 없이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되는 '산후도우미'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시30분쯤 광주 북구의 한 주택에서 신생아를 침대에 던지는 등 학대했다. 아이가 딸꾹질을 멈추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경찰은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신생아를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A씨를 입건해 조사했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병원 검진 결과 건강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은 산후도우미가 출산가정에 방문해 가사활동, 산모 건강관리, 신생아 청결관리 등 산모의 산후회복과 신생아의 양육을 지원하는 것으로 2006년 4월부터 시행됐다.

정부 지원사업이지만 채용 절차와 교육 등 전반적인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산후도우미)가 될 수 있다. 채용은 산후도우미 업체 등 제공기관은 지원자에 대해 사전면접을 진행하고 기본 자질 등을 확인한 후 광역 시·도 지정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등의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폭력 성향을 확인할 수 있는 인·적성 검사가 없어 인성을 검증하기 힘든 상황이다.


산후도우미의 자격과 인성에 대한 교육도 미비한 상태다. 신규자 과정의 경우 복지부 장관이 고시하는 '산모·신생아 방문서비스 제공인력 교육과정'을 수료해야 하는데, 이론과 실기 교육 60시간만 받으면 된다. 요양보호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자격을 가진 이들이 지원할 수 있는 경력자 교육은 40시간이다. 신규자 교육은 신생아 돌보기, 산모 돌보기, 일상생활 지원 등의 내용으로 진행되는데, 별도의 아동 학대 예방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아이 돌봄 서비스, '학대' 논란 일자 인·적성 검사 도입

아이돌보미가 14개월 아이를 폭행하는 장면./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 4월에도 산모와 아이에 대한 정부지원 서비스가 문제 된 바 있다. 정부 아이돌보미 B씨(58)가 14개월된 아이의 뺨을 때리는 등 수개월간 학대했다는 부모의 폭로가 나오면서다.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 아이 돌봄 서비스 아이 돌보미 영유아 폭행 강력 처벌 및 재발 방지방안 수립을 부탁합니다.(14개월 아기가 아이돌보미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서울 금천구에 사는 맞벌이 부부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정부에서 소개해주는 돌보미 교사를 믿고 이용했다. 그런데 이 교사가 14개월 된 저희 아이를 약 3개월 넘도록 지속적으로 학대하고 있었음을 CCTV를 통해 확인했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청원인이 공개한 영상에는 중년 여성으로 보이는 돌보미 교사가 밥을 먹이며 아이의 빰에 딱밤을 때리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날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장면에선 교사가 밥을 먹지 않는 아이의 뺨을 때리기도 한다.

이 밖에도 B씨는 아이를 밀쳐서 넘어뜨리거나 먹기 싫다고 의사 표현하는 아이의 입에 음식을 억지로 밀어 넣는 등 학대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B씨는 아동복지법 위반(신체적 학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경찰 관계자는 "약 보름치의 CCTV 화면을 보여주며 피의자를 조사한 결과 이 기간 약 34건의 폭행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많게는 하루 동안 10건의 폭행이 이뤄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부장판사 김유정)은 지난 9월18일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아이돌보미 채용과정 전반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건 당시엔 정신질환자나 약물중독자, 성범죄자 등이 아니면 연령에 상관없이 아이돌보미 지원이 가능했다. 서류 평가와 면접으로 심사가 이뤄졌으며, 이 과정을 거치면 80시간의 양성교육과 10시간의 실습교육을 받는다. 산후도우미와 마찬가지로 인·적성 검사 과정은 없었다.

아이돌보미 영아 학대 논란이 일자 여성가족부는 '안전한 아이돌봄서비스를 위한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아이돌보미 선발 과정에 인적성 검사를 도입하고 아동학대가 확인되는 경우 6개월이었던 자격정지 기간을 2년으로 늘렸다. 또 폐쇄회로(CC)TV 등 카메라 설치에 동의하는 아이돌보미가 우선적으로 현장에 배치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도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을 보완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부모들은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내년 4월 출산을 앞둔 직장인 C씨(29)는 "정부가 지원해준대서 산후도우미를 신청하려고 알아보는 중이었는데 이번 사건을 보고 심장이 벌렁거렸다. 믿어도 될까 싶다. 좋은 분들도 분명 많을 텐데 '혹시' 하는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