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피해자' 문화예술인들, MB상대 첫 손배소 재판 열려

2017년 11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MB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배상 기자회견에서 방송인 김미화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영화배우 문성근씨 및 김필성 변호사 등 참가자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 시절 문화 연예계의 특정 인물 및 단체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이 전 대통령 등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올라 현업에서 배제당했던 문화예술인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첫 재판이 12일 열렸다. 소송이 제기된지 2년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판사 심재남)는 이날 오전 10시 배우 문성근씨와 방송인 김미화씨 등 35명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상대로 낸 1억8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문씨 등 문화예술인들은 1인당 위자료로 500만원씩 청구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이하 국정원 개혁위) 등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은 기조실장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연예인 등에 대한 압박 활동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부 비판적 성향 연예인들을 배제하기 위해 소속사 세무조사, 프로그램 편성 관계자 인사조치 유도 등 전방위적으로 퇴출 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계 이외수·조정래·진중권, 배우 문성근·명계남·김민선·김여진, 영화감독 이창동·박찬욱·봉준호, 방송인 김미화·김제동·김구라, 가수 윤도현·신해철·김장훈 등 5개 분야 82명을 대상으로 했다.

문씨 등 대리인은 이날 법정에서 검찰이 사건공개를 거부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대리인은 "법원에서 문서송부 촉탁을 했음에도 서울중앙지검 직원이 별도로 소명해야 한다고 거부한다"며 "법적 근거를 물었는데 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리인은 또 원 전 원장이 MBC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것을 포함해 3개 사건의 공소장, 사건 정보 등에 대한 구석명 신청을 했다. 구석명 신청은 원고 쪽에서 피고에게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법원에 대해 '피고에게 이러한 점을 밝혀달라'고 명령해달라는 신청서다.

아울러 정부 측 대리인도 '손해가 발생했다는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해달라'고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날 "특정하고 증명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되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불법행위 사실이 특정되고 그에 관한 증명이 돼야한다"고 밝혔다.

문씨 등의 대리인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블랙리스트에 이름만 올라도 불법행위가 인정될 것"이라며 "이름이 오른 후에 구체적으로 어떤 나쁜 행동이 있었는지 알고자 문서송부촉탁을 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의 2차 변론은 내년 1월14일 오전 11시10분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