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닛산 前회장 레바논 '도주', 일본 정부 발칵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일본에서 소득 축소신고, 특별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입국했다는 소식에 일본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29일 밤 터키에서 개인 제트기를 타고 레바논에 입국했다. 그는 레바논 국적을 갖고 있다.

곤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구속됐다가 지난 4월 중순 일본 도쿄 내에 거주할 것을 조건으로 보석됐다. 출국금지 상태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 NHK 등 취재 결과 외무부는 곤 전 회장의 출국 사실조차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외무부 고위관계자는 "파악하지 못했다. 출국을 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 우리가 사전에 파악했다면 법집행기관에 통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곤 전 회장의 레바논 입국이) 만약 사실이라면 양국의 법무 당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된다"고 했다.

법무성과 검찰은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도쿄 내 거주'라는 곤 전 회장의 보석 조건이 변경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검찰 고위 관계자는 "들은 바 없다.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법무성 관계자들도 "현재 확인 중이다"라고만 했다.

곤 전 회장의 변호단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닛산의 고위 임원은 "보도를 보고 놀랐다"며 "곤 전 회장은 이미 사직했고, 우리는 새로운 체제 하에서 할 수 있는 경영개혁을 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곤 전 회장은 일본의 재판 과정에 불만을 갖고 도주한 것으로 해석된다. WSJ는 관계자의 말을 빌려 "곤 전 회장은 일본에서 부당하게 재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근시일 내에 곤 전 회장이 레바논에서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신문 피가로도 곤 전 회장의 측근의 말을 인용해 그가 "(일본의) 사법제도로부터 탈출했다"고 전했다. 곤 전 회장은 총 4차례 체포됐다가 보석 허가가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에서도 일본 사법체계가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곤 전 회장은 2017년까지 8년 동안 유가증권보고서에 자신의 보수를 약 91억엔 축소 기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오만 및 사우디아라비아에 송금한 것과 관련해서도 특별배임 혐의가 적용돼 기소됐다. 곤 전 회장은 혐의를 부정하며 자신은 음모의 희생자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