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우한폐렴 공포, 외국인관광객 입국금지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중국 '우한(武漢) 폐렴'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한 가운데 21일 오전 인천시 동구 인천의료원 출입문에 우한시를 다녀온 후 폐렴 증상자들에게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해당 확진자인 중국 국적 여성은 이 병원 음압 치료 병상에 격리되어 있다. 2020.01.21. [email protected]

북한과 인접한 중국 랴오닝성 다롄 지역에서도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한반도 전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 당국이 부랴부랴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금지에 나섰지만 북한 관광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인 수만명이 북한을 다녀왔다는 점에서 이미 북한 내부로 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22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중국 전역으로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우한 폐렴의 전염을 막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하고, 중국과 맞대고 있는 국경 지역에 대한 출입 통제도 강화했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북한전문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는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에서 “북한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 22일부터 외국인 관광객의 국경 입국을 잠정 금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전염병 예방 차원에서 외국인 입금을 금지한 것은 2014년 ‘에볼라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북한은 중국에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한창 유행하던 2003년에도 평양과 베이징을 잇는 항공 노선을 차단한 바 있다.


북한은 이번 우한 폐렴의 경우 ‘사람 간 전염’이 확실시되면서 사전 예방에 보다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의료기술과 의약품이 부족해 각종 감염병에 취약한 북한으로서는 관광객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예방의 최선책이다.

의료환경 취약한 北, 감염병 사망률 높아

2018년 4월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에서 발생한 버스 전복 사고의 부상자를 위로했다. /사진=뉴시스

북한은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올린 '중국에서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 급속히 전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폐렴의 중국 내 발병 현황과 중국 정부의 대응을 상세히 보도했다. 내부 발병 여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북한은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완치할 수 있는 약이 있다’고 선전해왔다. 하지만 실상은 위생환경이 열악하고 예방접종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해 북한 주민들은 독감을 비롯한 각종 전염성 질환에 따른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전염병 감염이나 전파 사례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번 우한 폐렴에 대해서도 외부 소식만 전할 뿐 내부 전파 여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북한으로의 전염이 이뤄진다면 남한지역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 한반도에 창궐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경우 북한에서 처음 발병한 뒤 접경지역인 경기도 파주에서도 발병해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번 폐렴의 원인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야생동물이 사람 전염의 매개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기존 6종과는 다른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로 규정한 만큼 향후 어떤 전파 형태를 보일지 예상하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북한에 유입돼 남하할 가능성도 있다. 남북간 방역협력이 필요하지만 냉각된 지금의 관계로는 성사되기 어려워 보인다. 통일부는 “북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관부처 간 협의를 통해 우한 폐렴 관련 취할 조치가 있다면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