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넘은 광교, 구도심은 2억에 갭투자…"수원 집값이 뛴다"

수원 영통구 이의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사진=조한송 기자

"13억원이면 수원에선 굉장히 비싼 가격이죠. 가격이 너무 올라 거래도 줄어드니 중개사 입장에서 마냥 반갑진 않네요." (수원 영통구 이의동 A공인중개사)

수원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서고 상권이 발달하면서 인기를 끈 '광교'에 이어 수원 구도심에서도 분양권을 포함한 매매거래가 활발하다. 그간 가격 상승이 더뎌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데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와 신분당선 연장 등 교통 호재가 겹치면서다.


한 두 달 새 가격이 1억원 이상 뛴 단지가 속출하면서 영통구 등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통구 일대 중개업소들은 최근 거래가격이 크게 올라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다소 한산한 분위기다.

수원 영통구 일대 상권/사진=조한송 기자

서울서 입소문난 광교…줄줄이 10억원 터치
강남역에서 신분당선을 타고 약 34분.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들이 들어선 수원 영통구 이의동 일대 광교택지개발지구가 눈에 들어온다.

최근 광교신도시 아파트들이 줄지어 10억원을 돌파했다. 광교중앙역 인근 '자연앤힐스테이트'는 상승을 이끈 대장주다. 지난달 14일 거래된 84㎡(이하 전용면적)의 매매가격이 12억3000만원(16층)으로 1년 전(9억8000만원·11층)보다 2억5000만원 뛰었다. 현재 호가는 12억7000만~13억원. 웬만한 서울 강북아파트를 뺨친다.


84㎡ 기준 인근 '광교푸르지오월드마크(10억1500만원)' 등도 10억원을 넘었다. 신분당선 상현역에 위치한 '광교상록자이(84.938㎡)'도 지난 3일 10억85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찍었다.

강남 출퇴근이 용이하고 주거환경이 쾌적해 지난해 판교·수원 직장인을 비롯 서울 투자자들이 많이 사들였단 후문이다. 광교아파트단지 내 B 공인중개사는 "강남이 오르면 판교와 광교가 오르는 흐름이 나타난다. 30평형대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많이 샀고 자녀에게 물려주거나 소장 개념으로 사놓는다는 서울 분들도 꽤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광교는 강남권 확장지역으로 특히 수원 삼성전자 근무 직원들이 선호하는 신도시"라며 "강남까지 지하철로 30분대 이동이 가능한 데다 상업시설, 학교 등을 두루 갖춰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수원 팔달구 인계동 일대 상권/사진=조한송 기자

수원 구도심에 갭투자자 몰린 까닭

광교 열풍이 불자 투자자들의 관심은 수원 전역으로 확산됐다. 최근 부동산 거래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30대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자가 눈여겨 보는 곳이 수원 팔달구다. 특히 전세와 매매가의 차이가 2억원 안팎인 팔달구 구축 단지를 중심으로 갭투자가 성행하면서 매매가가 크게 올랐다.

팔달구 화서동 소재 '화서주공4단지(59.98㎡·15층)'는 지난달 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같은 층수가 3억67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달 사이 9000만원 뛴 것. 이 단지는 지난해 12월부터 약 1억6000만~7000만원(전세가율 54.6%)의 갭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화서블루밍푸른숲(84.942㎡·12층)'은 지난 3일 5억8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만 해도 같은 층수 아파트가 4억1700만원에 거래됐다. 한달 사이 1억원이 올랐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팔달구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3억6098만원으로 1년 전(3억3048만원)보다 9.2% 급등했다.

수원에서 시작해 과천, 양재를 거쳐 청량리, 의정부를 향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개발 호재에 팔달구, 권선구, 장안구 등 구도심 전역의 집값이 들썩인다.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구간 연장사업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권선구 호매실동에 전세로 거주중인 40대 A씨는 "GTX가 들어선다고 해서 집값이 너무 올라버렸다"며 "집을 사서 정착하려던 계획이 물거품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매탄주공 단지내 플래카드/사진=조한송 기자

새 집 프리미엄에 재개발·재건축 투자 활발수원 구도심인 팔달구 등을 중심으로 재개발, 재건축 투자 수요도 늘었다. 내년 8월 집들이를 앞둔 장안구 정자동의 '화서역 파크푸르지오' 분양권이 분양가의 2배가 되면서 새집 수요가 입증되면서다.

특히 수원은 조정대상지역인 팔달구를 제외하면 권선구와 영통구 모두 비규제지역이라 대출 등에서 자유롭다.

팔달구 인계동 '신반포수원(60.46㎡·9층)'은 지난달 3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거래 가격인 2억1300만원(9층)과 비교하면 두 달 사이 1억700만원 올랐다. 이 단지는 지난해 11월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고 인가를 앞두고 있다.

영통구 매탄동 '매탄주공4·5단지'도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강세다. 5단지 73㎡(1층)가 지난달 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거래 금액인 6억1000만원(9층) 대비 2억원 가까이 올랐다.

매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한 두 달 사이 거래가 몰리며 가격이 1억~2억원이 훌쩍 올랐다"며 "거래가 늘고 가격도 급등하면서 앞으로 수원도 규제지역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