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살롱]'탈 정치화 했다'는 추미애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장관으로 온 이상 탈 정치화가 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자신은 '정치인에서 벗어난 행정기관의 장'이라 강조했다.

이어진 '안철수 국민당 창당준비위원장이 본인의 탄핵 추진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엔 "정치인이 무슨 말씀을 하시든 한쪽 귀로 들어왔다가 다른쪽 귀로 빠져나간다"며 "답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추 장관이 취임 뒤 보여준 행보는 다소 정치적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추 장관의 어법이다. 추 장관은 최근 검찰과의 갈등 국면에서 '장삼이사', '날치기 기소' 등 강도높은 표현을 써왔다.


특히 '장삼이사'는 추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를 지내던 시절 종종 쓰던 언어다. 추 장관은 2017년 1월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비선실세와 국정을 논한 것이 장삼이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는, 규범인식이 결여된 대통령"이라 한 바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무부가 검찰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해 일일이 반응하고 있다"면서 "그 메세지는 마치 야당을 향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취임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chmt@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비공개 결정에 대해서도 그 시기를 두고 '정치적'이란 비판이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사안의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의심을 키웠다"며 "좀 더 진지하게 다뤄져야 할 인권의 문제인 피고인의 방어권 문제가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소비되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여당 지도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장관께서 추진하는 개혁 방안이 정치적 사건과 관련 있는 것처럼 비치지 않도록 해달라" 당부했다.

추 장관이 지난 11일 발표한 '검찰 내 수사-기소 주체 분리 검토'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검사가 직접 수사하고 기소까지 결정하면 독단과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은 이상적은 주장이란 비판이 나왔다. 기소여부를 사건 내용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검사가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방점은 분리가 아닌 리뷰(검토)에 있다"며 입장을 수정했다. 수사 검사를 기소·불기소 결정에서 배제한다는 것이 아니라, 제3자가 수사 결과물을 냉정하게 검토하도록 하는 것이 본래의 취지라는 설명이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장관의 언어와 의원의 언어는 다르다"며 "의원의 언어는 해석의 여지가 있어도 되지만 장관의 언어는 명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