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600조 돌파…증가속도는 16년만에 최저

2019년 4분기중 가계신용.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 신예대율 규제 등에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16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지난해말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가계부채) 잔액은 전년동기대비 63조4000억원(4.1%) 늘어난 1600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부채 잔액은 사상 최대로 불었지만, 증가율는 2003년(1.6%) 이후 16년 만에 가장 낮았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2016년 가계신용 증가율이 11.6%를 기록한 이후 증가세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신예대율 규제 등 정부의 가계대출 안정화 정책 시행 등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고, 12·16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도 시차를 두고 올해 2분기 정도에는 영향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명목 GDP 증가율은 0.4%, 처분가능소득 증가율(금융안정보고서 기준)은 2.0%였다.


한은에 따르면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자금순환통계 기준)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96.6%로 전분기대비 1.0%포인트 증가했다. 자금순환통계에는 개인사업자대출, 비영리단체 등 부채가 포함된다.

지난해 교역조건 악화 등에 명목 GDP 증가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부문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잔액이 전년동기대비 57조8000억원 늘어난 1504조4000억원, 카드사·백화점 등에서 사용한 판매신용 잔액이 전년동기대비 5조6000억원 늘어난 9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이 34조9000억원, 일반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22조9000억원 늘었다.

지난해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842조9000억원이었다. 은행(39조7000억원), 보험사 등 기타금융기관(5조6000억원) 등에서 늘었지만,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 10조4000억원 줄어들었다.

정부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프로그램 시행에 주담대 대출 일부가 주택금융공사로 양도되면서 2018년 증가규모(38조원)에 비해서는 줄어들었다.

기타대출은 예금은행(14조9000억원) 등을 중심으로 늘었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면서 주택매매 거래 늘고, 전세대출자금 수요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4분기에만 10조4000억원 늘었다. 주택시장 과열은 결국 정부의 12·16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 등으로 이어졌다.

판매신용은 지난해 4분기 연말 소비수요 등으로 4조6000억원 늘면서 연중 5조6000억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