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사 찾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점차 늘어날 것"

김청겸 KB부동산신탁 사장

"앞으로 도시정비사업에서 신탁사의 역할은 점차 확대될 것입니다."


국내 부동산신탁사들은 주로 개발 사업을 시행한 후 이를 분양하거나 임대해 수익률을 돌려주는 개발신탁(토지신탁)을 위주로 사업을 꾸려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신탁사들의 사업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해졌다. KB부동산신탁이 리츠와 도시정비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이유다.

김청겸 KB부동산신탁 사장은 "최근 강화된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사업 여건이 어려워졌지만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사업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도심 내 노후 단지가 늘면서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신탁사에 사업 시행을 맡기는 곳이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신탁사가 사업 시행을 맡으면 전문성을 앞세워 사업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고 투명한 자금관리로 조합원 간 내홍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KB부동산신탁은 현재 성수동 장미아파트와 여의도 공작·대교·한양아파트와 사업 계약을 맺은 상태다.

김 사장은 5년 내 도시정비사업이 신탁사들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으로 봤다. 도시정비 사업 부문의 수주를 늘리기 위해 올해부터 도시정비사업부를 본부로 승격하고 사업구조도 사업대행자방식, 소규모정비사업 등으로 확대했다. 그는 "신탁사는 민간 조합에서 추진하며 발생했던 비전문성, 각종 비리, 사업 지연 등의 문제를 해결하며 점차 정비사업시장에서 역할을 확대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정비사업 이외에 KB부동산신탁이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가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다.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관련 자본에 투자하고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것을 말한다. KB부동산신탁은 최근 상장 공모리츠가 활성화되기 이전부터 리츠사업에 집중해 21개(7월 31일 기준), 3조4475억원 규모의 리츠를 운용하고 있다. 공공리츠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탁 규모다.


KB부동산신탁은 리츠 포트폴리오를 헬스케어, 데이터센터, 대토리츠(토지소유자가 보상으로 받는 토지를 출자 받아 개발 사업 시행)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1호 상장리츠 발굴에도 주력하고 있다.

김 사장은 "광주 청연메디컬그룹과의 협약으로 1300억원 규모의 병원 자산을 매입해 국내 최초 헬스케어 리츠 설립을 준비중"이라며 "3년 후 규모를 3000억원 가량으로 키워 상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청겸 KB부동산신탁 사장

기존 주력사업이었던 책임준공형 신탁 이외에 리츠와 정비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서 영업이익도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에만 약 2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30% 이상 급증한 규모로 국내 부동산신탁사 중 두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그는 "과거 2~3년간 지속적으로 수주해 온 신규 토지신탁 등의 사업이 수익으로 이어졌고 연초 리츠 자산 중 일부가 매각되면서 수익이 발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영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올 초 영업지원 비용을 경쟁사 수준으로 올리고 관리업무를 전산화하는 등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한 것도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KB부동산신탁은 중소·중견 건설사가 민간 건설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는 "부동산 개발업에 대한 위험이 높아진 상황이나 건설회사가 분양성이 우수한 사업에 참여해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여유롭게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아울러 위탁자와 협의해 신탁방식으로 짓는 건물에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확대하는 등 친환경 경영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