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도 '언택트 시대'…'AI 자산관리사' 조언 받아볼까?

#. 끝날 기미가 안 보이는 코로나19(COVID-19)로 외출이 막힌 나머니씨 가족. 가족 살림을 진두지휘하는 오알뜰씨는 그래서 요즘 고민이 깊다. 평소 은행 PB(프라이빗뱅커)센터를 찾아 자산관리를 해왔는데 이제는 은행 가기조차 쉽지 않아져서다. 그는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펀드 상품 추천도 받고 바로 가입도 한다는 장녀 나신상씨의 얘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이참에 한번 배워보겠다고 나선 오알뜰씨다.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에도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가 열렸다. 이체나 조회 같은 소소한 것에서부터 예·적금 가입, 대출, 외환 등 은행 영업점에서 하는 거의 대다수의 금융거래를 비대면으로 할 수 있다.

은행들은 자산관리 분야에서 인공지능(AI) 기반의 로보어드바이저(RA) 투자프로그램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robot)과 상담사(advisor)를 합친 말이다.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별 투자자에게 알맞은 주식·채권 등 포트폴리오를 찾아주고 시장의 위험 신호를 전달해주는 일종의 '금융비서'다.

2016년부터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뛰어든 은행권은 주식거래는 물론, 각종 금융상품, 자산관리(WM), 퇴직연금 시장까지 진출해 사업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초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가 사라지는 상황이어서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부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자산관리 서비스 문턱이 낮아지면서 적은 돈을 맡기고도 관리를 받는 경험을 해 볼 기회가 넓어진 것이다.


"'AI 비서'가 알아서 돈 굴려드려요"신한은행의 '쏠리치'는 전문가와 빅데이터 기반 예측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서비스다.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4개 유형의 펀드에 분산투자를 제안한다. 이용자는 8월말 기준 168만 명이다. 2조3448억원의 잔액이 쏠리치를 통해 펀드에 투자됐다.

KB국민은행의 '케이봇쌤'은 은행권 최초로 자체개발한 AI 알고리즘을 적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다. 투자성향 뿐 아니라 투자지역, 투자금액, 기존 고객의 투자 이력 등 다양한 변수를 활용해 3~7개의 추천 상품을 담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포트폴리오를 여러 개 선택할 수 있다. 모든 포트폴리오에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의 '하이로보'도 하이브리드 서비스를 구현한다. 3개월 단위로 지속적인 포트 폴리오 교체(리밸런싱)를 권하기도 한다. 펀드 뿐 아니라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거래까지 지원한다. 하나은행에 보유 중인 모든 연금자산의 현황을 보여줘 은퇴설계가 가능한 게 차별점이다.

우리은행 '우리로보알파'는 은퇴·교육·결혼·여행·주택 구입 등 투자목적과 투자성향에 따라 AI가 펀드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보유 중인 펀드가 적정하게 자산을 분배하고 있는지 검토해주는 '펀드리뷰' 기능도 갖췄다. 지난달 27일에는 UI(사용자화면) 개선을 통해 고객이 보유한 펀드 포트폴리오의 전체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고 펀드 가입절차도 간소화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됐다.

'핀테크 금융비서' 이용하는 것도 방법굳이 은행권이 아니라도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은행권 앱이 돈을 불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핀테크(금융기술) 앱은 돈을 지키는 데 유용하다.

자산관리 앱 대표주자인 뱅크샐러드는 은행 계좌의 잔액과 카드 지출 내역은 물론 대출, 보험, 연금, 자동차, 부동산 등 고객 자산 모두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신용등급도 실시간으로 관리해줄 뿐 아니라 신용점수를 올릴 수 잇는 '팁'도 준다. 평소에 비해 갑자기 소비가 늘어났을 땐 '경고 메시지'를 보내줘 '통장'이 '텅장'이 되는 불상사를 막아준다.

또 다른 자산관리 앱 에임(AIM)은 재테크 초보자에게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한다. 바로 해외주식 투자다. 고객의 재무상황과 투자 목표, 기간 등에 따라 AI가 알아서 맞춤형 투자 포트폴리오도 내놓는다. 시장에 위기가 감지되면 AI가 안전자산 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늘려 손실을 최소화한다. 올 상반기에만 1834억원의 신규 투자금이 몰렸다. 작년 상반기 173억원보다 1060% 증가했다.

최근엔 카드사들도 자산관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카드사들은 고객들의 결제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소비 습관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 고객이 어디에서 카드를 많이 결제하는지를 분석하고, 과소비를 억제하는 기능도 갖춰 어떤 부분에서 소비 행태를 개선해야 하는지 일종의 '금융 케어'를 제공하는 식이다.

신한카드가 지난 3월 선보인 '신한 마이리포트'가 대표적이다. 출시 3개월 만에 1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모았다. 국민카드도 '리브메이트 3.0'을 통해 소비분석과 고객별 맞춤형 혜택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