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상업용 디스플레이' 日뚫었다…"기술승부 통해"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한종희 사장이 '더 월' 앞에서 사이니지 신제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 상업용 디스플레이 '더 월'(The Wall)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B2B(기업간거래) 시장을 뚫었다. 한일관계가 여전히 냉랭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주목된다. 더 월의 현지 상륙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상업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영향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삼성 마이크로 LED '더 월' 日출시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최대 디스플레이 솔루션 업체 NGC는 지난 15일 삼성전자 더 월 신제품 2종(모델명 IW012J, IW016J)을 출시하고 현지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1985년 설립된 이 업체는 NHK와 TV아사히 등에 각종 영상 장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NGC 관계자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0'에서 더 월을 직접 보고 도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일본에서 휴대폰 외에 세트 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B2B를 통해 공급한다. 더 월은 현지 주요 방송국에서 AI(인공지능) 등 최신 콘텐츠 기술 협력에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NGC 측은 "더 월은 기존 LED와 비교해 2배의 색 재현성을 실현하고 '퍼펙트 블랙'을 표현하는 유일한 디스플레이"라면서 "기업들의 도입 문의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삼성 글로벌 상업용 디스플레이 시장 '석권'
일본은 전통적으로 B2B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특히 자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자존심인 JDI(재팬디스플레이)가 무너진 이후 글로벌 시장을 평정한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삼성전자는 '초격차' 제품으로 현지 기업들의 눈을 사로 잡았다.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초소형 LED(발광다이오드) 소자를 촘촘하게 적용한 더 월은 화면 크기는 물론 화면비율, 해상도, 베젤(테두리) 등 기존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NEC와 샤프 등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기술력은 기존 LCD(액정표시장치) 사이니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마이크로 LED 기반의 모듈러 디스플레이 구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 월이 지난해 SID(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로부터 '올해의 디스플레이'로 선정되자 현지 업계에서도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기술력에 주목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최근 더 월 등 디지털 사이니지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혁신적인 디스플레이 기술을 통해 '스크린 에브리웨어'(Screens Everywhere) 시대를 열어 가겠다"며 사업 확대 의지를 내비쳤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글로벌 LCD 사이니지 시장 점유율은 34.2%로 12년 연속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최근 더 월까지 가세하면서 LCD는 물론 마이크로 LED까지 전 세계 상업용 디스플레이 시장의 왕자는 삼성전자가 당분간 수성할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차별화된 솔루션과 더 월 등 혁신적인 B2B 제품이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자존심을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