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주도 상생조정위 출범 1년…'乙의 눈물' 닦았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상생조정위원회 제6차 회의가 열린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자부품 제조업체 A사는 최근 위탁기업 B사와 납품단가를 놓고 분쟁을 겪었다. B사가 9년째 납품대금을 동결해 인상을 요구했지만 B사도 업계 어려움을 이유로 응하지 않아서다. A사는 중소벤처기업부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중기부는 A사와 B사를 지속적으로 만나 중재에 나섰다. 그 결과 단가를 일부 인상하고 매출이 일정정도 감소할 경우 추가대금을 지급하는 등의 조정이 이뤄졌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상생조정위원회 6차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분쟁 조정성립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상생조정위원회는 대중소기업 간 기술침해와 불공정거래 등 사건에서 규제·소송 대신 조정·중재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출범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공정거래위원회·대검찰청·경찰청·특허청 등 정부부처, 대한상의·중소기업중앙회, 교수·변호사 등 민간이 참여하고 있다. 1년여간 10건의 조정 성립을 이뤄냈다.

이날 회의는 지난 6월30일 대통령령인 '상생조정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시행으로 법제화된 후 처음 개최됐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상생조정위 성과를 보고하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속도감을 특별히 높이 평가했다"며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상생위원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수위탁 기업 간 납품대금 분쟁에 대한 추가 조정 성립안건, 중소기업중앙회의 '표준 공동기술개발 계약서' 개선건, 검찰·중기부 분쟁조정 연계 패스트트랙 등 5개 안건에 대한 심의가 이뤄졌다. 조정성립 안건으로는 전자부품 제조업체 A사의 사례 외에도 자동차부품 설계업체 C사의 대금미지급 분쟁 조정 안건이 보고됐다.


중기중앙회가 개발한 '표준 공동기술개발 계약서' 제정안도 보고됐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5차 상생조정위에도 계약서를 제정안을 보고했지만 위원회는 기술자료 임치제도와 공동 성과물 수익 사용방법 등 조항이 미비해 보완을 요구받았다. 중기중앙회는 의견을 수렴해 이번 회의에서 수정본을 제출했다.

박 장관은 "억울함을 가진 약자에 대한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상생조정위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중기부 상생조정위원회 분과인 기술분쟁조정중재위원회에서 11건 중 9건을 조정 성립시켰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분쟁이 조기에 종식돼 중소기업이 신속히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기부와 협력해 우리나라의 공정한 경제질서를 확립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상생조정위원회 제6차 회의가 열린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