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캉스 대신 도시락 싸서 자동차 극장가세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8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이 제수용품을 구입하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번 추석에는 가족 모임도 취소했는데, 여행이라뇨. 거리두기 동참해야죠."

추석 연휴에 약 20만명이 제주도로 '추캉스'(추석+바캉스)를 떠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집에서 머무르며 거리두기에 동참하겠다는 이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경기 군포시에서 가족모임을 가진 일가족 6명이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만큼 추석연휴 가족·친지 간 감염 가능성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대면 한가위를 위한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도 다가오는 추석 명절에는 이동과 모임을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가족 안 만난다"지만…추석에 '20만명' 제주도로 떠난다서울시가 18세 이상 서울 시민 1000명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3명 중 2명(67.9%)은 "추석에 가족과 친지를 찾아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들 중 79.2%는 방문하지 않는 이유로 '코로나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지역 여행을 계획하는 시민도 지난 명절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번 연휴 기간 내 1박 이상 여행계획이 있는 시민은 5.6%, 당일치기 근교 나들이 계획을 짠 시민은 19.2%였다. 지난 명절 대비 각각 31.6%, 33%씩 감소한 수치다.


5일간의 연휴 내내 서울에 머무르겠다는 시민도 전체 응답자의 76.5%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같이 많은 시민들이 코로나 감염을 우려하며 '집콕'하겠다고 답한 것과 달리, 전국 각지에서는 인근 휴양지로 '추캉스'족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모처럼 연이은 휴일에다 부모님을 찾아뵈려던 계획을 취소한 사람들이 관광지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추석 연휴 5일 동안 약 20만명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휴가 시작되기도 전인 26~27일 이틀간 제주를 찾은 입도객 수는 이미 5만8732명으로 집계됐다.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9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도착장이 제주를 찾은 귀성객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사진=뉴스1

제주도뿐 아니라 전국 주요 관광지의 숙박시설 예약도 조기 마감돼 방역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전남 지역 유명 관광지의 숙박업소는 예약이 완료돼 빈방을 구하기가 힘들 정도다. 대형 리조트인 '쏠비치 진도'의 경우 추석 연휴 기간 567개의 전 객실 예약이 완료됐다. 이곳의 하루 숙박 인원은 2000여명에 이른다.

목포에서도 유명한 호텔 방은 모두 예약이 완료됐다. 충북 제천 지역 294개의 펜션과 단양 지역의 332개의 펜션도 추석 연휴 기간 예약률이 예년보다 높았다.

추석 연휴에도 '추캉스' 대신 집에 머무르는 가족들일부 가족들은 "추석 연휴 기간에도 방역 수칙 준수에 동참하겠다"며 여행은 물론 가족 모임까지 취소하고 집에 머무르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신모씨(56)는 이번 추석에 가족 모임을 갖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씨는 "코로나가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추석에는 만나지 않기로 했다"며 "대신에 전화통화로 안부를 묻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몇몇 가족들이 만나지 못하는 것에 서운해하기도 하지만 이해하는 편"이라며 "연휴 기간에도 최대한 집에 머무르면서 가족과 여유있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가까운 공원 정도만 산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박모씨(28)도 "매번 명절마다 친척들 집에서 자고 왔는데 이번에는 건너뛰기로 했다"며 "원래 활동적인 편인데 코로나 때문에 연휴 기간에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집에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씨(28)는 "연휴에 서울 본가에서 '집콕'할 계획이다. 마음 같아선 술 마시러 나가고 싶지만 집에서 놀 생각"이라며 "추석 때 고향에 안 간다면서 제주도와 강원도 숙소 예약이 꽉 찬 걸 보면 막막하다"고 우려했다.

연휴에 '자동차극장·음악분수' 등 문화생활 프로그램 운영정부는 추석 연휴 기간에 집에서 머무르는 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이색 문화 프로그램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울 노원구 노해근린공원은 10월4일(1일 제외)까지 '자동차 극장'으로 변신한다. 운동장에 스크린을 설치해 연휴 기간 동안 영화를 상영한다. 노원구 관계자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주민을 위해 비록 차 안이지만 가족끼리 야외에서 연휴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마련한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노원구는 '당현천 음악분수'도 추천했다. 노원수학문화관 앞에 설치된 당현천 음악분수는 매일 오후 7시에 15분간 운영된다./사진=류원혜 기자

구로구도 독특한 추석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끌었다. 구로구는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는 대신 '고향의 부모님께 사랑의 손편지 쓰기' 캠페인을 열었다. 서울시 북촌문화센터도 집에서 달맞이를 할 수 있도록 한지로 보름달 등갓을 만드는 체험 꾸러미를 발송하기로 했다.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피한 명절이지만 한가위에 우리 주변 어려운 이웃이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을 준비했다"며 "본인의 건강과 다른 가족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마음으로 올해 추석은 성묘를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추석 모임 있다면?…각자 음식 만들어 와서 소규모로 대각선 식사전문가들은 불가피하게 고향 방문을 해야 한다면 상황·장소별 예방법을 숙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사람을 안 만나면 감염될 일도 없다. 추석연휴에는 되도록 정말 가까운 가족과 소규모로 모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귀성·귀경길에는 휴양을 떠나는 사람들까지 몰린 휴게소에 방문하는 것을 피해야 하므로 도시락 지참이 권고된다. 가족과 모여 추석 차례 음식을 만들 때에도 밀접 접촉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가족별로 음식을 만들어와서 먹는 것이 좋다.

/사진=뉴스1

식사할 땐 거리두기가 필수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식사 시에는 마주보고 다닥다닥 붙어 앉지 말고 대각선으로 앉아서 식사하는 등 '1m 거리두기'를 유지해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의 경우 가족 간 감염 확률이 외부 감염보다 5배 이상 높다는 보고가 있다"며 "연휴기간 가족 모임 규모를 최소화하고 노부모를 뵐 때에는 마스크 착용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영 시민소통기획관은 "추석이후 코로나 재확산 우려감이 상당해, 최대한 이동자제를 당부드린다"며 "긴 연휴기간 동안 시민들이 지혜로운 집콕생활을 할 수 있도록 온라인 콘텐츠 연계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