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폐렴 잡는 의료AI.."병원 교수진 CEO로 활약"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슨 질병으로 많이 사망할까.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9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사망 원인 질병에 대한 특별한 추이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난 37년간 사망 원인 1위는 늘 암이 차지했지만, 그 뒤를 잇는 질병들은 10년 새 다른 양상을 보여서다.

고령화 때문이다. 치매로 불리는 '알츠하이머'를 일례로 꼽을 수 있다. 2018년 사망 원인 9위였던 알츠하이머는 1년 새 7위로 올라섰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2.5배 이상 증가했다. 또 다른 대표 고령질환 '폐렴'은 10년 사이 6단계가 올랐다. 사망 원인 3위로 올라선 것이다. 지난해 사망한 100명 중 8명가량은 이 병이 원인이 됐다.

이 같은 결과는 새로운 보건 의료 시스템이 필요함을 방증한다. 의료 업계에서도 고령 질환 위험을 줄이려는 시도를 적극 펼치고 있다. AI(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고령 질환 진단에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대학병원 교수진이 이 분야 창업에 뛰어들어 남다른 성과를 내고 있다.


프로큐라티오 '폐렴', 아이메디신 '치매'.. "AI로 조기 진단"

최창민 프로큐라티오 대표/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우는 '반지형 산소포화도 측정 장비'는 폐렴 관리에 초점을 둔 웨어러블 의료기기다. 프로큐라티오(대표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개발해 올해 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환자의 △생체 징후 △기본 특성 △기저 질환 △복용 약물 정보를 토대로 AI가 폐렴 발생을 예측한다. 폐렴에 걸리기 전 병원을 방문할 수 있게 돕는다.

반지 형태인 데다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과 연동돼 병원뿐 아니라 요양기관, 집 등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사망률도 낮춰준다. 코로나 확진자가 세균성 폐렴에 걸리면 사망률이 60~80%로 뛴다. 이를 활용하면 코로나로 격리 중이거나 입원 대기 중에 폐렴이 진행돼 사망하게 되는 비극을 피할 수 있다.

강승완 아이메디신 대표/사진제공=아이메디신

아이메디신(대표 강승완, 서울대병원 교수)은 치매 조기 진단 및 예측 기기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AI 기반의 뇌파 분석 기술을 활용해서다. 치매 발병 전의 기억장애형 aMCI(경도인지장애) 진단 보조시스템 '아이싱크브레인M'의 선별 정확도는 90% 수준이다. 지난해 중앙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강원대병원과 함께 임상시험을 마친 상태로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취득했다.

세계 최초의 성과기도 하다. 기존 뇌전증, 수면 분석에 국한된 뇌파 데이터를 AI와 접목, 치매 진단에 활용한 유일무이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보급되면 동네 병원에서도 체계적인 치매 위험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해외 의료 현장에서의 도입도 용이하다. 오픈형 클라우드 기반이라 확장성이 높아서다. 별도 구축이 필요한 기능의 SW(소프트웨어)를 온라인상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실제 아이싱크브레인의 이용자 절반 이상이 국외에 있다.

의료진 창업의 경쟁력두 회사의 창업 동기를 물으니 임상 경험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기존 방식에 한계를 느끼고 전문가 입장에서도 꼭 필요했기 때문에 창업했다는 것이다.

강승완 아이메디신 대표는 서울대병원 통증센터 교수로 있으며 만성 및 난치성 통증을 겪는 환자를 진료해왔다. 이때 의사로서 느낀 진단 기술의 한계가 창업의 토대가 됐다. 뇌의 기능적 이상을 섬세하게 평가할 툴이 부재하다고 느꼈다. 해외에서 막 싹트기 시작한 디지털 뇌파 분석 기술을 살려 창업했다. 국가참조표준개발체계에 맞춰 7년간 구축한 세계 최대 규모의 건강인 뇌파 데이터를 활용, 아이싱크브레인을 개발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인 최창민 프로큐라티오 대표는 국내에서 폐암을 가장 많이 진료, 치료하고 있는 인물이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와 종양내과에서 활약하며 빅데이터 및 AI 융합 논문을 수차례 발표해 왔다. 최 대표는 "진입 장벽이 높은 헬스케어 시장에서 서울아산병원 교수이기 때문에 앞서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었다"며 "풍부한 임상 경험과 의료 빅데이터가 바탕이 됐다"고 했다.

의료 AI의 경쟁력..'자동화'·'확장성' 프로큐라티오의 핵심 기술은 의료·제약 분야 이상반응 측정 및 관리 솔루션이다. 신약 및 의료기기 임상시험 시 발생하는 이상반응을 IoT(사물인터넷)와 AI, 빅데이터를 활용해 관리하는 것이다. 부작용 관리를 수작업으로 할 때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하다.

'프로케어노트'는 이상 징후의 경중을 자동으로 매겨 의료진이 대처할 수 있게 돕는다. 임상시험 대상자를 적극 보호하고 임상에 따르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상 징후를 모니터링하고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은 반지형 폐렴 예측 웨어러블에도 고스라니 적용된다. 앞으로 이 기술을 살려 △부정맥 예측 △낙상 방지 △중이염 진단 지원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아이메디신이 개발한 '아이싱크브레인'도 잡음 제거 방식이 자동화라 효율적이다. 수동 잡음 제거 방식과 비교했을 대 데이터 전처리 작업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질병 확장성도 뛰어나다.

'아이싱크브레인M'이 치매 예방에 초점이 있다면, '아이싱크브레인C'는 통합적 멘탈 케어가 가능하다. 개인의 뇌파를 같은 성별 및 연령대, 인종과 비교해 정량 분석 가능해서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파킨스병 △우울증 △중독 등 치매 예방 외의 정신과적 질환 진료에 널리 활용할 수 있다. 심전도 분석 기술 '아이싱크하트'와 병행하면 중추신경계 및 자율신경계의 영향을 동시에 고려, 뇌 건강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강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B2C(기업 및 소비자 거래)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해 사업적 기회를 잡겠다"고 했다.

아이싱크브레인 화면/사진제공=아이메디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