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급등이 불러온 분쟁..신반포4지구vs서울시 소송 예고

가파른 공시지가의 상승이 서울 서초구 소재 한 재건축 사업장에 걸림돌이 됐다. 조합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지자체로부터 아파트 단지 내 국공유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서울시가 공시가 상승을 이유로 매각을 보류했다. 재건축 단지 내 국공유지를 보유한 사업장의 경우 공시지가의 상승이 사업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신반포4지구재건축정비사업조합(신반포메이플자이)의 체비지 매입 비용이 당초 계획했던 것 대비 2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조합이 서울시, 서초구와 지난 7월부터 체비지 매입 작업을 진행했지만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신반포4지구 재건축 조합은 서울시와 서초구 소유의 총 2개의 국공유지를 보유중이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려는 조합은 해당 지자체로부터 국공유지를 매입해야 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정비사업을 목적으로 우선 매각하는 국공유지는 사업시행계획인가일을 기준으로 가격을 평가하도록 돼있다. 다만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 후 3년 이내에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매각가는 ‘국유재산법’ 또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라 정한다.

2017년 10월 16일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신반포4지구 조합은 지난 16일까지 체비지 매입을 마쳐야 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서울시 등에 매수를 신청하고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서울시가 지난 9월 "착공 전 적합한 시기에 체비지를 매각하겠다"며 보류한 것이다.


사유는 공시가의 급격한 상승이다. 서울시는 조합에 보낸 공문에서 "사업시행공고일 기준으로 매각할 경우 체비지가 위치한 아파트의 부지 실거래 가액과 공시지가 가액이 현재 2배 이상 상승해 지방자치단체의 공유재산 운영기준의 기본방향(가격현실화를 통한 세외 수입증대)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조합은 도시정비법 절차 상의 하자가 없음에도 서울시가 매각을 지연시켜 가격을 높이는 데 반발하고 있다. 2017년 사업시행인가 당시를 기준으로 했을 때 국공유지 매입 금액은 총 232억원 가량이나 현 시점으로 평가하면 비용이 2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조합이 국공유지 매매계약을 한차례 더 촉구하자 서울시는 또 다른 사유를 들어 매각을 보류했다. 사업 계획 변경 인가를 받는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매각 결정을 보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각가는 부차적인 문제다"며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등을 다시 받아야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토지를 넘겼다가 문제가 될 수 있어 추후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합은 행정 소송을 검토중이다. 신반포4지구 조합 관계자는 "도시정비법에서 당초 평가 기준일을 사업시행인가일로 한 것이 조합원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함"이라며 "법적 절차상 하자가 없음에도 서울시가 과도하게 민간 사업에 개입하고 있다. 사업 추진을 위해 땅을 매입하되 향후 부당이익 청구 소송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반포4지구는 서초구 잠원동 60-3 외24필지 일대에 위치해 있다. 토지 등 소유자는 2676명이며 내년 7월 착공 예정이다. 재건축시 총 3685가구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