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 한계…'전국민 신속진단검사'에 대한 말말말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청 주차장에 마련된 현장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진단 키트를 들고 있다.동작구는 최근 노량진 학원 집단감염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대규모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현장 선별진료소를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현장 선별진료소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2020.11.25/뉴스1

하루 600명에 육박하는 코로나19(COVID-19) 환자가 국내에 발생하면서 확진자 접촉자를 찾아내 검사하는 방식의 역학조사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속진단키트를 활용한 전국민 진단검사를 통해 방역망 밖에 있는 환자부터 솎아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정확도 등의 문제를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다.


26일 의학계와 보건당국에 따르면 신속진단키트를 활용한 전국민 진단검사에 대한 의견은 크게 3부류다.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과 보조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의견 등이다. 최근 다시 부각되는 신속진단키트 도입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의 입장을 정리해봤다.

가격 저렴…적극 도입해야신속진단키트를 활용한 전국민 진단검사는 최근 공식석상에서 자주 거론되는 화두다. 가장 주목을 끈 사람은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다. 서 회장은 지난 25일 뉴스1 '글로벌 바이오포럼' 기조발표에서 "전국민 진단검사를 통해 (찾아낸 환자에) 항체치료제를 투여하면 내년 봄이 오기전 코로나19 청정국가가 될 수 있다"며 "약사법 개정을 국회 차원에서 검토해달라"고 말해 불을 지폈다.

그동안 신속진단키트 도입을 강조한 대표적 인물은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는 항원항체 반응을 통해 확진자를 분별하는 신속항원검사 도입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최근에는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 겸 코로나19공동대응상황실장도 가세해 도입 필요성에 힘을 보탰다.

이와 관련해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아무리 정확도가 떨어진다해도 값이 저렴해 여러차례 검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그러다보면 조기 발견이 가능해진다. 개발·공급 여력도 충분하다고 본다"며 적극적 도입 지지 의견을 밝혔다.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대전시가 요양병원, 정신의료기관 등 고위험시설 종사자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한 16일 오후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요양병원에서 직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0.11.16/뉴스1

보조수단 활용은 'OK'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고려해 신속진단키트를 현 유전자 증폭(PCR) 방식의 진단키트의 보조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포지션이라고 설명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는 15분 내에 결과를 알 수 있는 신속성이 있는 반면 PCR은 4~5시간 걸린다고 하지만 사실상 하루 뒤 결과가 나온다"며 "요양병원 등 한정된 집단발생에서 빠르게 확인해야 할 때 필요하다. 결과가 의심된다면 PCR로 백업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요한 것은 환자가 폭증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적합한 진단키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방역 목표인 환자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신속진단키트를 병행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전 서울시 시민건강국장)는 "어떤 검사법이든 100% 확진자를 솎아내기 힘들다"며 "신속항원검사를 임상경과나 모니터링, 스크리닝 검사로 보완하는 보조 역할이 적합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전면도입시 혼란 가중 우려하지만 신속진단검사의 낮은 정확성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신속진단키트는 정확도가 너무 떨어지고 많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증상이 있는 사람이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 더 강조돼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한 전국민 전수조사 의견에 대해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중국에서 한개의 성을 전수조사 한 사례가 있지만 검체 채취를 어떻게 했는지, 검사를 어떻게 했는지 알려진 게 없다"며 "신속진단키트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누가 어떤 책임을 질지 정해져 있지도 않다"고 우려했다.

나 교수도 "국내에서도 PCR 검사에서 음성이 양성으로 뒤바뀌면서 큰 혼란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며 "아무리 지자체와 보건소가 힘에 부치더라도 접촉자를 추적해 발견하는 종전의 역학조사 방식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