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야 산다" 물류 스타트업 품는 유통가

2일 서울 시내에서 배달업무를 하는 메쉬코리아 부릉 배달기사들의 모습. 2021.3.2/뉴스1

빨리, 더 빨리…


e커머스 업체들이 빠른 상품 배송을 위해 배송·물류 기업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쿠팡이 로켓배송 등 자체 물류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뉴욕 증시에 도전하는 등 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최근 이 같은 배송 속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양상이다. 과거 e커머스들이 가격을 두고 '초특가 경쟁'에 매진했다면, 최근 e커머스들은 '빠른 배송 경쟁'에 매진하게 된 셈이다. 빠른 배송 수요가 확산하면서 최근엔 홈쇼핑들까지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텔레콤의 e커머스 11번가는 배송 스타트업인 '바로고'의 지분 7.2%를 250억원에 인수했다. 바로고의 근거리 물류망과 도심 거점 물류 등을 활용해 더 빠른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바로고는 전국 1000여개의 허브(지사)와 5만4000여명의 라이더를 보유하고 있어 빠른 배송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앞서 11번가는 지난해 12월 우정사업본부와 전략적 협약을 맺기도 했다. 전국 곳곳 읍면 단위까지 뻗은 우체국망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11번가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 우체국 물류센터를 활용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구축, 자정까지 주문된 상품을 익일배송할 예정"이라며 "적극적인 제휴와 협력을 통해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롯데온도 지난달 말 배송 스타트업 PLZ와 손잡았다.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현재 운영 중인 ‘바로 배송’(주문 후 2시간 내 배달)을 보완한 개념으로 기존 배달기사는 지역 거점(CP·Contact Point)까지만 담당하고 이후는 플렉서가 오토바이·자전거 등을 타고 고객 집 앞까지 배송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운영해온 '2시간내 배달 서비스'의 서비스 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서 PLZ와 손잡았다는 설명이다.


쿠팡, 마켓컬리 등이 빠른 배송을 앞세워 폭발적으로 성공한 만큼 타 e커머스들도 움직임이 빨라졌다. 한 e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빠른 배송 경험을 제공했고, 연달아 마켓컬리 등도 등장하면서 고객은 여러 종류의 상품을 빠르게 받는 것에 익숙해졌다"며 "그렇다고 쿠팡처럼 수조원을 투자해 자체 물류망을 깔 수 없으니 배송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빠른 배송'에 대한 고객 경험이 누적되면서, e커머스를 넘어 홈쇼핑까지 경쟁이 확장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부터 물류 기업 '로지스밸리'와 손잡고 8시간내 배송이 가능한 서비스 '와써'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오전, 오후, 저녁 하루 3번 출고돼 고객이 주문 후 8시간 내에 물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연달아 GS홈쇼핑도 '빠른 배송' 구현을 위해 배송 스타트업 지분 인수에 나섰다. GS홈쇼핑은 메쉬코리아 부릉(VROONG) 지분 인수건을 두고 최근 막바지 조율 중이다. GS홈쇼핑 관계자는 "더 빠른 배송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여야한다는 생각에 부릉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빠른 배송은 고객 만족도와 동의어 수준으로 자리잡았다. 빨리 배송해주면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고 주문 취소율도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유통업의 미래, 라스트마일(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이 문 앞에 배송되기 직전의 단계) 배송 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최종 배송 단계는 사용자 경험이 형성되는 첫 단계로, 충성고객이 될지 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빠른 배송 경쟁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배송 경쟁에 참여 않는 업체들 사이에선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한 e커머스 관계자는 "빠른 배송을 제공하지 못하니, 식품·여행·티켓 등 판매 콘셉트가 명확하거나 업계에서 가장 싼 초특가로 물건을 제공해야만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란 압박이 있다"고 말했다.